[경인일보=김명래기자]송영길 인천시장 취임식장에 송 시장의 고교 시절 담임 교사였던 박석무(사진·68) 한국고전번역원 원장이 초청돼 맨앞줄에 앉아 눈길을 끌었다.

박석무 원장은 송 시장이 평소 "고등학교 시절부터 사회를 비판적으로 인식하는데 눈을 뜰 수 있게 한 분"으로 소개해 온 고등학교 시절 은사다.

박 원장은 1979년 송 시장이 광주 대동고등학교 2학년때 담임을 맡았다. 영어 교사였지만 수업을 시작하기 전 15~20분간은 한시(漢詩)를 칠판에 적고 학생들에게 설명했다고 한다. 송 시장은 "늘 영어 시간을 기다렸다. 논어, 맹자, 서경 등의 경전과 다산 정약용의 저서 등 풍부한 역사와 문헌 지식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깨달음을 주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고 회고했다. 박 원장은 당시 영자지를 읽는 'TIME반'을 만들어 학생들이 세계 정세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을 키워주기도 했다.

취임식장에서 만난 박 원장은 1980년 5·18광주민주화항쟁을 주도한 혐의로 감옥에 있을 때 송영길 시장을 비롯한 제자 20여명이 자신을 도운 이야기를 들려줬다.

"당시만 해도 고등학생들은 3년동안 저금통에 돈을 모았는데, 제자들이 3년간 저축한 돈 십 여 만원을 집사람에게 주고 갔어요. 감옥에서 그 이야기를 듣고 하루종일 울었어요."

박 원장은 "송군은 아주 똑똑하고 야무졌다"고 말했다.

"1979년 10월 25일 송 군의 주도로 학생들이 보충수업비 폐지를 요구하는 데모가 있었어요. 학생들이 시내로 뛰쳐나가고 난리가 아니었어요. 경찰은 '박석무가 학생들을 조종해 데모를 일으켰다'고 조작하려고 했는데, 10·26이 터지면서 조사중인 학생들을 모두 풀어줬어요. 이후 송 군을 포함해 10여명이 학교에서 무기정학을 받아 장학금을 못 받을 처지에 있었어요. 제가 학교측을 설득해 한 달 만에 정학이 해제됐죠."

박 원장은 "오랜시간 옆에서 지켜본 송 군의 품성으로 봐 인천시장직을 잘 해낼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다산 정약용의 편지글을 국역해 발행한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의 저자로 잘 알려진 박 원장은 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13·14대 국회의원, 한국학술진흥재단 이사장, 5·18기념재단 이사장, 다산연구소 이사장, 단국대 이사장 등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