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북부 지역 내 사격장과 군부대 인근 야산 등 군사시설보호구역이 민간인에게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가운데 4일 포천시 한 사격장 입구에 경고를 알리는 표지판이 쓰러져 흉물스럽게 나뒹굴고 있다. /최재훈기자cjh@kyeongin.com

[경인일보=취재반]군 작전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설정된 군사시설보호구역이 민간인에 의해 무차별적으로 훼손되고 있다. 탄피를 전문적으로 수거하는 판매상들과 약용 동·식물을 채집하는 전문가(?)들이 출입통제지역인 군사시설보호구역을 제집처럼 드나들고 있다. 통제선이 무너지면서 보호구역내 생태계 훼손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하지만 관계당국은 이 같은 사실을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경인일보는 불법이 판치는 군사시설보호구역의 현황을 고발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기획시리즈 '위협받는 군사시설보호구역'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3일 연천군 연천읍 고문리 다락대 사격장.

멀리 논두렁에서 천연기념물인 백로가 한가로이 먹이를 찾다가 "쾅 쾅" 터지는 사격장의 굉음에 놀라 혼비백산 하늘로 흩어져 오른다.

다락대 사격장을 찾기 위해 띄엄띄엄 진을 친 군부대 정문을 몇개 지나서 2㎞를 들어가니 폐허로 변한 마을이 있다. 버려진 집 마당 여기저기에 폐가구들이 즐비하다. 마을 끝에 이르자 경계병이 없는 경계초소가 나오고 '사격장 접근금지' 푯말이 붙은 철책 출입문이 활짝 열려 있다.

길게 이어진 엉성한 철책선 곳곳에 '군사지역', '일반인 통제구역', '출입시 형사처벌'과 같이 출입통제를 경고하는 살벌한 푯말이 달려있었다 하지만 푯말은 하나 같이 누군가에 의해 훼손돼 있었고, 철책 곳곳이 벌려진 채로 출입 흔적을 남겨놓고 있었다.

15분 쯤 지났을까. 봉고차 한 대가 철책 부근에 멈춰섰다. 10여명의 사람들이 내리자마자 각종 도구를 챙긴 뒤 배낭을 둘러메고 철책 너머 울창한 숲속으로 향했다. 경고 푯말은 무의미씩다. 마을 주민들은 그들의 정체에 대해 "타 지역에서 온 불법 채취꾼"이라고 했다. "주말이면 200~300명이 등산 복장을 한채 몰려와 철책을 넘어간다"고 증언했다.

같은 날 양주시와 경계지역인 파주시 무건리 사격장. 사격장 인근에 사는 김성수(가명·67)씨 집. 집안엔 지난 50여년간 무건리 사격장에서 수집한 탄피로 가득했다. 사격장은 당연히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는 군사시설보호구역이다.

김씨는 현재 군에서 사용하는 M16A1도 K1, K2 등 소총에 사용되는 5.56㎜ 공포탄과 M60, K3 등 기관총용 7.62㎜ 공포탄 수백여발을 탄띠에 장식해 소유하고 있으며, MG50 중기관총의 탄피 수십여발도 장식용으로 소장하고 있었다. 김씨는 탄피 수집과 소유가 불법이라는 것은 인식한듯 "박격포 탄피와 총알 탄피는 미군들이 훈련하다 버리고 간 것"이라고 강변했다.

군사시설보호구역을 민간인이 무단 출입할 경우 군사시설보호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두 사격장 외에도 취재반이 찾은 군사시설보호구역은 더 이상 민간인 출입통제 구역이 아니었다.

■ 취재반=지역사회부 김환기 차장, 이종태 차장, 오연근 차장, 최재훈·추성남 기자, 정치부 사정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