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취재반]대표적 군사시설보호구역인 군부대 사격장에서 나오는 포탄과 총알 탄피, 군용물품들이 불법 밀거래되고 있다. 경기북부지역의 일부 사격장에는 수십년 전부터 인근 마을 주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탄피 등을 수거해 왔다. 심지어 군용품 마니아들로부터 탄피는 물론 군용박스·침낭·우의·헬멧 등 군용품을 분실당하는 등 군사용 물품 관리 실태가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기사 3면

경인일보 취재반이 지난 5월부터 경기북부 사격장 10여곳을 확인한 결과 연천·포천·파주 등 3개 지역 몇몇 마을 주민들은 최근까지 포탄과 탄피 등을 수거해 생활하고 있었다. 이들 마을은 대부분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 끼니 해결을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 정착하면서 자연스레 형성된 곳.

▲ 경기북부 한 사격장 인근 마을 주민이 사격장에서 수거한 각종 포탄, 총알 탄피와 파편 조각 등을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있다. /최재훈기자 cjh@kyeongin.com

군부대의 묵인하에 주민들은 사격장을 출입, 수거한 포탄과 탄피 등을 고물상에 팔고, 고물상은 이를 제철소에 넘긴다. 주민들은 생계를 위해 50년이 넘도록 목숨을 담보로 사격장을 드나들고 있으며, 일부 주민들은 포탄이 폭발해 목숨을 잃은 경우도 있다.

2008년 포천의 한 고물상에서 고철선별 작업을 하던 인부가 고철속에 있던 40㎜ 고폭탄 22발 중 1발이 폭발해 숨졌고, 지난 4월에는 파주의 한 사격장에 고철을 수집하려고 무단 출입한 마을 주민 1명이 불발탄이 터져 사망하는 등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1년에 10여명이 포탄 수거 과정에서 사고를 당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부 군용품 마니아들도 수집 차원에서 사격장을 무단 출입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사정이 심각하다. 이들은 사격장에서 탄피를 수거하고, 사격장 인근 고물상을 돌며 군용품을 수집해 사제 총기와 폭탄을 제작,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판매했다.

실제 지난 5월 군부대 사격장과 고물상 등지에서 군용품 150여점을 수집, 총기와 폭탄을 제작하고 이를 시중에 유통한 박모(30)씨 등 3명이 경찰에 검거됐다.

지난 2월에는 현역 군인들이 K2 소총에서 일부 부품을 빼내 훈련용 영상 사격장비 개발업체에 넘기는 등 해마다 군관련 총기·탄약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군의 허술한 관리가 도마에 올랐다.

최근까지 군에서 군수(軍需) 분야를 담당하다 전역한 영관급 장교 P씨는 "일선 군부대에서 총기·탄약관리 규정에 따라 탄약 사용시 탄피를 100% 회수하고 있지만, 민간인의 총기·탄약 사고가 계속 발생하는 것은 분명 군 기강 해이라고 생각된다"며 "특히 군사시설보호구역인 사격장이 민간에 무방비로 노출된 부분은 안보와도 직결된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