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주시 군내면 방목리 인근 야산이 일부 영농민의 불법 개간으로 울창한 숲이 없어지고 벌거숭이 민둥산으로 변하고 있다. /최재훈기자cjh@kyeongin.com

[경인일보=취재반]지난 10일 오전 파주시 군내면 통일촌. 민간인 출입이 자유롭지 못한 특수성으로 인해 오염되지 않은 공기와 맑은 물로 인삼과 콩, 벼, 장뇌삼 등을 재배하는 등 여느 시골과 다름없는 모습이다.

그러나 군내면 방목리 산 234 일대 비탈길을 500m 걸어 올라가자 외지 사람들이 들어와 장내삼 재배지 곳곳을 삽과 괭이로 마구 파헤쳐 이 지역 경관과 생태계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는 현장이 목격됐다.

이곳에서는 지난달 6일 외지인들이 산삼 밭에 들어가 30년산 산삼 2뿌리와 장뇌삼 800뿌리 등 모두 6천300만원 상당의 산삼을 훔쳐 달아나다 출입을 통제하는 초소에서 붙잡혀 경찰에 넘겨지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한달에 1회꼴로 이와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는게 주민들의 전언이다.

인삼을 재배하는 이모(59)씨는 "인삼밭 훼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며 "현재 인삼밭 주변에 CCTV를 설치해 인삼밭을 지키고 있는데 외지인들의 출입 통제를 관할 기관에서 더욱 신경써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군 관계자는 "주말의 경우 통일대교를 통해 500여명이 민통선 지역을 출입하며 전진대교를 통해 100여명이 출입하고 있는데 이들은 대부분 이 지역 농민들의 에스코트를 받아 출입하고 있어 통제를 하고 있지 않다"며 "불법으로 들어가는 외지인들이 적발될 경우 강력한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무차별적인 인삼밭 개간이 철새들의 서식 환경에도 영향을 줘 매년 이곳을 찾아오는 철새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경훈 DMZ(비무장지대)생태연구소 조사연구부장은 "농경지가 인삼밭으로 변하면서 재두루미의 월동 개체수가 2008년에는 70마리였으나 지난해 10월 42마리만 관측되는 등 크게 줄었다"며 "월동지 지형을 기억하는 재두루미가 인삼밭으로 바뀐 지형에 혼란을 겪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06년과 2007년 검은목두루미, 흑두루미 등이 월동하려고 백연리 일대를 찾았지만 지난해부터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DMZ 남방한계선이 지나는 장단면 노상리 일대 신나무 군락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 넘는 신나무 군락지가 지난해 인삼밭으로 잠식당해 온데간데 없고 인근에는 인삼 경작에 필요한 웅덩이와 물탱크, 농약 봉지 등만이 널려 있다. 올해 초 파주시와 김포파주인삼조합, 주민 등이 나서 방치된 폐비닐, 차광막 등 폐기물 15t을 수거했다.

인삼밭은 노상리 일대의 DMZ 남방한계선 초소 밑까지 들어섰으며, 진동면 하포리 허준 묘에서 1㎞ 남짓 거리의 임야 역시 지뢰지대 표식이 붙은 철조망이 처져 있어도 아랑곳않고 나무가 베어지는 등 지난해 부터 사람들의 손때를 타기 시작했다.

군 관계자는 "민간인이 자기 소유 토지라고 지뢰지대를 훼손하거나 표식을 제거하면 지뢰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원상복구하지 않을 경우 고발 등의 조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듯 사람들이 드나들면서 뱀·고라니·멧돼지 등 동물들도 수난을 당하고 있다. 파주시와 환경단체는 지난해 가을 백연리, 방목리 등 밀렵우려지역에 대한 순찰 결과, 올무 52개, 뱀그물 2천150m, 뱀통발 40개를 수거했다.

연천군 임진강 일대 민통선 지역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이곳은 대토용 산지 매매가 늘어나 분묘 이장과 다슬기 등의 불법 어로 취득으로 훼손되고 있다. 임진강은 특히 지난 2000년 이전만 해도 다슬기밭이라고 불릴만큼 다슬기가 풍부했으나, 다슬기가 간기능 회복에 좋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불법 어로행위가 빈발, 지금은 거의 씨가 말랐다.

주민들에 따르면 다슬기는 도매상들 사이에 1㎏당 1만원에 거래되는 등 지금도 불법 거래가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다.

불법어로 행위가 극성을 부리자 연천군은 단속에 나서 지난 2007년부터 올 초까지 통발, 투망, 그물 등 모두 210여점을 적발, 수거했다.

이와 함께 연천 민통선 지역은 최근 불법 묘지 조성이 늘어나고 있어 연천군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수도권내 신도시가 잇달아 조성돼, 지가가 저렴한 연천 민통선은 대토용 산지 매매가 늘어나 분묘 이장이 급증하고 있는 것.

이들 묘지들은 행정기관의 허가 절차없이 인적이 드문 곳에 분포된 불법 묘지가 대부분이라는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민통선내 불법 묘지가 극성을 부리자 급기야 행정기관은 관할 군부대에 예방을 위한 협조 공문을 발송했다.

이석우(52) 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는 "사람 손길로 인한 자연파괴의 피해 예방이 절실하다"며 "이제라도 민·관·군이 협의체를 구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