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에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건설사들이 새 아파트 분양을 연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집값 하락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쌓이고 준공 후의 미입주 아파트까지 늘어 성공적인 분양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건설은 송도국제업무단지 3공구의 3개 블록에서 공급할 1천654가구와 1공구 4개 블록에 지을 2천167가구의 분양을 계속 미루고 있다.

   송도 외에 인천 청라지구와 영종하늘도시 등 주변 지역에서 아파트가 과잉공급되면서 100% 분양을 확신할 수 없어서다.

   송도국제업무단지는 포스코건설의 '텃밭'으로 그동안 분양 불패의 신화를 이어왔던 곳이다.

   포스코건설은 연초부터 저울질해온 분양시기를 일단 올 하반기로 늦춰놨지만, 연내 분양이 불확실한 상황이다.

   금호산업은 지난달 예정했던 안양시 호계동 금호어울림 아파트 136가구의 분양을 8월 이후로 연기했다.

   대림산업도 10월로 생각했던 용인 마북동 2차 e편한세상 아파트 110가구의 분양을 12월로 미뤘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수도권 집값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금리까지 올라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공공택지 내 아파트 분양도 줄줄이 연기되고 있다.

   우미건설은 지난해 10월 이후 계속 미뤄온 영종 하늘도시 내 전용 85㎡ 초과 1천300가구의 분양시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

   기존의 미분양 물량을 아직 해소하지 못한 데다가 택지지구 내의 기반시설도 열악해 미분양이 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올 상반기로 예정했던 대전 도안신도시 1천58가구의 분양도 내년으로 미루기로 했다.

   우미건설 관계자는 "일단 분양을 시작하면 공사비가 투입돼 분양률 저조는 회사의 자금 부담으로 돌아온다"며 "시장 분위기를 좀 더 지켜보면서 분양시기를 저울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흥건설도 김포 한강신도시에서 오는 8월 1천19가구를 분양할 계획이었으나 이 일정을 재조정했다.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의 일반 분양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시세보다 저렴한 조합원 물량이 시장에 풀리면서 일반 분양가를 책정하지 못하는 곳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애초 올 상반기 일반분양이 예정됐던 왕십리2구역은 6월로 연기된 일정이 또 늦춰져 일러야 8월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왕십리2구역의 경우 일반분양가가 3.3㎡당 2천만원 안팎에 책정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 조합원 물량은 3.3㎡당 1천600만~1천800만원에 나오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 부문이 재개발하는 금호동 19구역과 옥수 12구역도 올 상반기에 예정됐던 일반 분양이 모두 하반기로 연기된 상태다.

   업계에서는 고양, 파주, 광명시 등 수도권에서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쏟아져 나와 민간 아파트의 신규 분양이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올 10월에는 분양가가 민간 아파트보다 싼 3차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이 예정돼 이 시기를 전후해 분양시장이 꽁꽁 얼어붙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부동산114 김규정 본부장은 현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가격 경쟁력이 있거나 입지여건이 좋은 곳이 아니면 분양을 포기하거나 미루는 곳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