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유산을 놓고 다투다가 멀쩡한 가족을 두 차례나 정신병원에 가두고서 유산을 나눠 가진 비정한 남매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가족 간 갈등 때문에 피붙이를 정신질환자로 둔갑시켜 병원에 감금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본인 동의가 없어도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시킬 수 있도록 한 현행 법규를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서울동부지법에 따르면 3남2녀 중 둘째 딸인 A(54)씨는 2006년 3월 언니(55)를 정신병원에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언니가 그해 1월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은행예금과 부동산을 혼자 관리하면서 동생들에게 유산 내역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A씨의 '감금작전'에는 나머지 세 남자 형제와 남편까지 동원됐다.
남편은 응급환자이송단에 전화를 걸어 구급차를 불렀고 남자 형제들도 차에 나눠 타고 정신병원에 동행했다.
언니는 어머니의 도움으로 11시간 만에 병원을 빠져나왔지만, 이들의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A씨는 넉 달이 지난 같은해 7월 언니를 다시 정신병원에 강제로 데려가 막냇동생(45)과 함께 입원동의서를 적어냈다.
언니는 27일이나 지나고서야 외삼촌에게 연락해 병원에서 탈출했지만, A씨는 이미 아버지가 남긴 재산을 처분하고 잠적한 뒤였다.
서울동부지법 형사5단독 정원 판사는 폭력행위등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감금)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6월을, A씨의 막냇동생에게는 징역 6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수사 진행 중에도 똑같은 수법의 범행을 반복했고 유산을 임의로 처분하는 등 죄질이 매우 나쁜데도 반성의 기미가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산 다툼을 벌이던 가족을 정신병원에 감금한 사례는 이전에도 종종 있었다.
서울동부지법은 지난달 이혼하기로 한 남편 몰래 시가 10억원 짜리 집을 처분하고 전세방이라도 얻어달라고 요구하는 남편을 정신병원에 가둔 윤모 씨와 이를 도운 아들 정모 씨에게 각각 징역 8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씩 선고했다.
윤씨는 재판에서 "남편이 계속 폭력을 행사해 어쩔 수 없이 입원시켰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정신병원에 보낼 별다른 이유가 없는 남편을 감금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윤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산을 노려 가족을 정신질환자로 몰아 병원에 가두는 패륜범죄가 잇따르는 가장 큰 원인은 현행 정신보건법상 직계가족 등 보호의무자 2명의 동의만 있으면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정신병원에 입원시킬 수 있는 허점이다.
자신의 병을 제대로 알기 어려운 정신질환자를 치료하려고 만든 강제입원 규정이 가족 간 갈등을 '범죄'로 해결하는 데 악용되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국내 정신보건기관에서 치료받은 환자 6만8천여명 가운데 보호의무자나 자치단체장 등에 의해 '비(非)자의'로 입원한 사람은 전체의 86%에 달했다.
한국정신장애연대 권오용 사무총장은 "외국에서는 본인 의사를 충분히 반영하고 강제 입원이 필요하면 법원이 개입하기도 한다. 자해 가능성 등을 진단할 독립적인 기관을 두거나 복수의 의사가 입원 여부를 결정토록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돈에 눈먼 비정한 동생들' 언니 정신병원 감금
남매한테 징역형 선고…강제입원 규정 개정 필요
입력 2010-07-19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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