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10년 가까이 성관계가 없었던 부부가 이혼소송을 냈다면 법원은 이들의 혼인관계가 회복될 수 없는 파탄에 이르렀는지 등을 반드시 가린 뒤 이혼성립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A(38)씨가 아내 B(37)씨를 상대로 낸 이혼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가정법원 합의부에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 부부가 7년 이상 한 차례도 성관계를 갖지 못하다가 결국 별거하게 됐다면 이들의 부부공동 생활관계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됐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정상적인 성생활을 갖지 못한 데에 부부간 동등하거나 아내에게 더 큰 정도로 책임이 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원심은 부부 양쪽에 성적 결함 등 정상적인 성생활을 방해하는 원인이 있는지, 당사자의 노력으로 극복될 수 있는지 등을 더 심리한 뒤 혼인관계의 파탄정도와 당사자의 책임 정도를 가렸어야 했다"며 "이러한 심리를 다하지 않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1999년 결혼한 A씨 부부는 성관계를 몇 차례 시도했으나 실패한 뒤 `성교' 없는 부부생활을 이어오다 2007년 별거에 들어갔고, A씨는 `아내가 정당한 설명 없이 관계를 거부했고 안일한 경제관념과 사치 때문에 고통받았다'고 주장하며 이혼 소송을 냈다.

   원심은 부부 사이에 성관계가 없었던 점은 인정했지만, 이것이 B씨의 책임이라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고 B씨가 문제를 극복하려는 강한 의사를 밝힌 점 등을 고려해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