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통령의 새 전용기(지휘기)를 수주하기 위해 보잉과 에어버스가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23일 방위사업청과 방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26일 공고한 대통령 전용기 입찰제안서 제출기간이 내달 3일 마감되며 보잉사와 에어버스의 모기업인 유럽항공우주방위산업(EADS)이 제안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대통령 전용기 수준의 항공기를 생산, 개조할 능력을 보유한 회사는 보잉사와 EADS 두 곳밖에 없다.

   방사청은 두 회사로부터 받은 제안서를 토대로 올해 10월까지 제시 기종을 시험평가하고 가격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12월 말까지 기종을 선택해 3년간의 제작기간을 거쳐 2013년에 전력화하는 것이 방사청의 계획이다.
현재 대통령 전용기는 1985년에 도입된 노후기종으로 규모가 작아 탑승인원이 제한적이고 항속거리도 짧아 중국이나 일본 등 가까운 지역을 갈 때만 이용할 수 있다.

   대통령의 장거리 순방 때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전세기를 번갈아 빌려 이용하다가 올해 4월부터는 대한항공으로부터 5년간 장기 임차한 항공기를 사실상 전용기로 사용하고 있다.
방사청은 명실상부한 새 대통령 전용기로 보잉 787급 혹은 에어버스 340급 이상의 중형기를 도입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1985년에 도입한 전용기인 보잉 737은 민간 여객기 기준으로 120~130석 규모인데 비해 보잉 787 혹은 에어버스 340는 300석 안팎이며 장거리 비행도 가능하다.

   게다가 대통령 전용기에는 민항기에는 없는 미사일 회피 시스템이나 첨단 통신장비 등이 옵션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구매가격이 3천억 원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 항공기 시장 뿐만 아니라 대통령 전용기나 공중급유기 등 군수부문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보잉과 EADS는 한국 대통령의 전용기 수주전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민간 항공기 시장 점유율이 높고 미국 회사인 보잉이 EADS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그러나 EADS가 최근 새 민간 항공기 기종을 출시하면서 보잉을 위협하고 있어 대통령 전용기 수주전이 싱겁게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EADS 관계자는 "항공사가 보유한 기존 항공기 대수는 보잉이 훨씬 많지만 신규 민항기 공급 규모는 우리가 보잉을 앞서고 있다"며 수주전에 자신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