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발표키로 한 부동산활성화 대책이 한바탕 소동으로 끝난 뒤 허무하게 흐지부지된 것을 두고 나온 말이다. 4·23 부동산대책 이후 별 다른 시장반응이 없자 후속 조치로 "건전한 주택거래를 살려야 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지시가 떨어진 이후 한 달여간 정부 부처간 조율의 결과가 한여름밤의 꿈으로 끝난 것이다.
이번 비상작전에는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 진동수 금융위원장, 김종창 금융감독원장,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 등 내로라하는 경제부처 수장들을 비롯해 최근 입성한 국세청장 출신의 백용호 청와대 정책실장과 임태희 대통령실장까지 가세한 그야말로 매머드급 싱크탱크들이 모두 머리를 맞댔다.
그러나 결과는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처럼 '부처간 당청간 내홍심각'이라는 치부만을 드러내는 꼴이 돼 버렸다. 당장 새 집을 분양받고도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던 수십만명의 서민들에게는 더 큰 마음의 상처만을 주고 말았다. 애초부터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이 문제였다는 지적이다. 지금이 부동산 대책이 필요한 시점인가에 대한 공감대 형성 없이 덜컥 대책 마련에 나서다 보니 부처간 손발이 맞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서로 달랐다는 얘기다.
국토해양부는 주택 미분양 해소와 거래 활성화를 위한 4·23 대책을 내놓을 때부터 부동산 시장 침체를 걱정하는 입장이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부동산 시장이 너무 죽어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업계가 무너질 수 있음을 염려한 것이다. 주택건설협회나 건설관련 단체들이 이런저런 창구로 국토부에 끊임없이 민원을 제기하고, 때론 '총체적 연쇄부도=국가부도'라는 위협까지 해가며 국토부를 압박해 온 것도 사실이다. 반면 경제정책 총괄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생각이 달랐다. 버블(거품)이 빠지면서 나타나는 당연한 현상이고 큰 틀에서는 주택시장 안정화로 연착륙하는 단계라고 보았다. 금융위원회도 무리한 PF로 사업을 확장해 온 건설업계를 정리할 수 있는 기회로 일정시간이 지나면 긍정적인 순환사이클이 가동된다는 판단이 대세였다.
부처간 엇박자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국토부는 총론적인 부동산 활성화대책안을 주문한 반면, 재정부는 자칫 실수요자층에 위장돼 있는 투기 수요자들에게 혜택이 갈 수 있는 위험요소가 많다는 걱정이 앞섰다. 여기에 청와대는 'DTI 규제완화=투기조장=부자정책'이라는 카드를 들이대며 다가올 7·28 재보선 선거에서 야권에 공격의 빌미를 줄 필요가 있느냐는 정치적 계산까지 더해 상황은 걷잡을 수 없는 혼미속으로 빠져들었다. 보다 못한 대통령이 "주택시장을 하향 안정화하면서 건전한 주택실거래를 살려야 한다"는 묘약중의 묘약 대책안을 주문하자 실무진들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몰라 결국 '발표연기'로 위기상황을 모면했다.
이번 해프닝의 결정적인 실수는 시기 선택의 잘못이라는 데 정부 당국자들도 고개를 끄덕인다. 통상 여름철은 전통적인 부동산 비수기인데 어떤 정책을 내놓은들 시장에 먹히겠느냐는 것이다. 지방선거 패배 아픔이 잊히기도 전에 친부자 정책으로 통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를 논하는 것 자체가 무리수였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이 대통령이 서울의 한 미소금융 지점을 방문한 자리에서 만난 대출신청자가 "캐피털 이자율이 40~50%"라고 하자 "사채이자 아니냐? 이렇게 높은 이자를 받고 캐피털이 돈 빌려준다는 것은 상상하지도 못했다"며 "미소금융 대출을 받아 고금리 캐피털사 대출을 갚으라"고 금융상담까지 해 준 사실이 알려지면서 금융계가 요동치고 있다.
미소금융은 신용등급이 약한 서민들에게 저리의 창업자금 등을 지원하는 게 고유의 취지인데 고금리 대출 갈아타기 해법은 지원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 26일부터는 '햇살론'도 출시된다. 미소금융을 이용할 수 없는 더 낮은 신용등급 서민들을 위해 용도에 따라 최대 1천만~5천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이왕 부동산 대책 발표가 연기된 마당에 서민금융지원책까지 포함한 속시원한 해법을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