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최규원기자]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성남 재개발사업 포기 선언 파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런 사태까지 몰고온 배경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더욱이 성남시가 모라토리엄(지급유예조치)을 선언한 이후 발표된 것이어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통합이후 자금난에 허덕이던 LH는 성남시가 모라토리엄을 선언, '울고 싶은데 뺨 때린 격'으로 받아들이는 모양새여서 향후 도시정비사업은 물론 사업성이 없는 택지개발사업지구 중단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성남 구시가지 재개발 사업을 중단하기로 한 가운데, 26일 주택순환재개발 2단계 지역에 속한 성남시 금광1동에 LH를 규탄하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전두현기자 dhjeon@kyeongin.com

이처럼 LH가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한 사업지구를 포기한 것은 정부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보금자리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보금자리는 지난해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로 침체된 부동산 경기에도 불구하고 서울 강남을 포함, '노른자위로 알려진 지역'이 보금자리지구로 지정되면서 '청약 불패' 신화를 만들어냈고, LH의 효자사업으로 급부상했다.

더욱이 정부의 역점 사업인 보금자리는 LH 통합 공사 출범 이후에 추진된 것이어서 자금난에 허덕이는 LH가 이익이 남지 않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지속할 경우 재정난만 부추길 수 있기 때문에 자체적으로도 사업성 검토를 치밀하게 해온 상황이다.

LH가 추진하는 대규모 택지개발 사업은 택지분양마저 실패의 연속이었고, 이로 인해 자금회수율이 바닥을 치면서 유동성 위기로 이어져 결국 신규 사업자금이 고갈돼 실질적 사업을 추진할 동력을 잃어버렸다.

이같은 자금난은 화성 장안택지개발지구의 사업 중단설로 이어졌고, 결국 파주 운정, 오산 세교3, 양주 회천지역 택지지구의 보상 계획이 지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안성 뉴타운의 경우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사업 규모가 4분의1로 축소되는 등 자금난에 허덕이는 LH의 '궁여지책'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통합 공사 이후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LH의 구조조정 및 사업 지구에 대한 검토는 9개월 가량 지속되고 있지만 그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수원 장안 택지지구, 파주 운정, 안성 뉴타운 등 지역을 중심으로 보상 지연 및 사업 취소 등의 소문만 무성하다.

이에 대해 LH는 "사업을 포기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사업성 및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사업을 결정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성남시 제2단계 재개발 사업 포기에 대한 LH의 공식 문서가 통보될 경우 향후 LH가 추진하는 다른 사업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이익이 남지 않는 재개발·재건축의 경우 사업에 진출하지 않을 것이 뻔한데다 현재 추진 중인 택지개발사업 역시 사업성이 떨어질 경우 안성 뉴타운처럼 그동안 검토해 온 다른 사업지구에 대한 중단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LH가 사업 중단의 이유를 명목상 '주민 반발'로 들었지만, 통합 이전 단 한번도 사업지구 지정 또는 개발계획 승인 이후 사업을 취소한 적이 없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성남시 사업 취소는 LH가 심각한 자금난을 더이상 숨길 수 없는 문제라고 인식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자금난 해소를 위해 채권 발행을 했지만 연거푸 실패로 돌아갔고 이 때문에 올해초부터 수시로 채권을 발행하고 있지만, LH의 당초 목표의 4분의1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통합 이후 팔겠다고 내놓은 사옥도 부동산 침체 등의 이유로 팔리지 않아 LH는 당분간 재정난을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LH 관계자는 "사업 재검토는 사업 포기보다는 말 그대로 사업성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무조건 사업 중단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자금난으로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모든 사업을 중단할 수 있는 결정적 이유는 아니기 때문에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