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양취수장에서 공급되는 원수를 '쓰레기 썩은 물'이라고 반발한 것은 취수장에서 강 건너 불과 1㎞ 지점에 위치한 난지도쓰레기매립장 때문이었다. 어느 해 여름에는 난지도매립장의 쓰레기 더미가 폭우에 떠밀려 강북 강변도로를 넘어 한강으로 무더기로 무너져내리는 일까지 벌어졌다. 한강이 오염됐다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지만 강 건너편에 위치한 가양취수장에서는 그때도 원수를 취수해 부평정수장으로 공급했다.
난지도쓰레기매립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서울시 쓰레기는 인천시 서구로 매립지를 옮겨왔다. 인천시민들이 마시는 수돗물 원수를 오염시키던 서울시민의 쓰레기가 이번에는 집안으로 떡하니 쳐들어 온 것이다. 1992년 2월 일이다. 수도권매립지에 서울시와 경기도에서 배출되는 쓰레기가 반입되기 시작했다. 이후 수도권매립지에서는 인근 주민들과 매립지간에 엄청난 갈등과 분쟁이 계속됐다. 대도시 안에 쓰레기매립장을 건설하고도 처리조차 제대로 하지 않아 고질적인 악취와 침출수로 인한 오염 등으로 주민들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국정감사 때마다 단골 메뉴로 국회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지만 그때뿐이었다. 2000년 매립지관리공사가 출범하고 상황은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인천으로서는 큰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서울시민들이 배출하는 쓰레기 처리를 두고 인천시민들이 수십년째 불편함을 넘어 불쾌감을 느끼는 이유다. 이를 두고 어찌 남탓만 할 수 있을까. 인천이 오히려 문제다. 공무원이고 언론이고 정치인이고 모두 한심하다. 쓰레기매립지가 서구로 입지를 정할 때 인천시나 인천 정치인들이 어떤 입장을 취했을까. 별 내용이 없다. 혐오시설이 들어오는 대신 인천에 상응한 보상이 있었다는 말도 들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매립지 조성비용을 서울시와 환경부가 부담했다는 이유로 수도권매립지 지분 권한을 70%와 30%씩 나눠 갖도록 해 '인천 안의 서울 땅'이 되도록 자초했다.
잘못 끼운 첫단추가 두고두고 인천을 골치아프게 하고 있다. 면허권자인 서울시와 환경부가 '인천 안의 자기 땅'에 대해 맘대로 하고 있으나 인천시는 꿀먹은 벙어리다. 인천시민은 안중에도 없다. 인천을 만만하게 보는 처사가 또다시 수도권매립지를 두고 벌어지고 있다. 아시안게임을 치르기 위해 경기장 5개를 매립지 안에 짓자고 인천시가 제안하자 서울시는 매립면허기간을 현재의 2016년에서 2044년까지 연장하자는 안을 내놓고 일괄처리를 주장한다. 아시안게임 경기장 건설 시간에 쫓겨 수세에 몰린 인천시를 상대로 매립면허기간 연장이라는 숙원을 풀어보겠다는 속셈이다. 서울시는 물론 환경부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모두 한통속이다. 조춘구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은 한 술 더 뜨고 있다. 공사 창립 10주년 미래비전이라면서 2099년까지 매립기간을 연장하겠다고 공공연히 말하더니 이제는 '영구 매립'이라는 말도 스스럼없이 하고 있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 "수도권매립지를 영구매립지로 정착시켜 다음 세대에까지 물려주는 역사적 과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히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인천시는 아시안게임 경기장 건설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심하다. 서구 발전의 발목을 영구히 잡겠다고 나서는데도, 인천이 앞으로 100년 후 아니 영구히 쓰레기매립지를 도심 안에 품고 살아야 할 판인데도 고작 경기장 몇 개와 맞바꾸겠다는 발상만을 반복하는 공무원들이다. 아시안게임 경기장 건설을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어물쩍 매립면허 연장에 동의해서는 안 된다. 이 기회에 수도권매립지에 대한 인천시의 권한에 대해 근본부터 다시 따져봐야 한다. 인천시민의 자존심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