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경인일보사는 살림살이를 옮기는 분주한 손길들로 소란스럽습니다. 1989년 9월 인계동 1122번지 경인일보 새 사옥에 입주한지 꼭 21년 만입니다. 저희 경인일보는 지금 이삿짐을 꾸리고 있습니다. 현재의 사옥을 허물고 그 자리에 새로운 사옥을 짓기 위해서지요. 제가 89년 10월 입사했으니, 오로지 현재의 사옥에서 나고 자란 셈이네요. 옥상 하늘정원에서부터 회의실, 각 실·국을 비롯해 윤전실과 직원식당에 이르기까지, 짬짬이 둘러보는 사옥 구석구석마다 서린 애틋한 추억들로 가슴이 아련합니다. 유별난 감회가 저만의 것이겠습니까. 이제는 사라질 현 사옥에서의 마지막 추억을 담기 위해 틈틈이 단체사진을 찍는 선후배 동료들의 심경도 마찬가지라고, 그 표정들이 말합니다. 20년 이상의 유장한 세월은 건물에도 생명을 주었던 모양입니다.
경인일보의 사옥 이전은 이번이 세번째입니다. 1960년 9월 1일 창간한 저희신문 최초의 사옥은 당시 경기도 인천시 중구 사동에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67년 경기도청이 서울 더부살이를 청산하고 수원에 도청사를 세워 입주하자, 경인일보도 69년 4월에 수원시 교동 182번지로 사옥을 옮겼지요. 교동 사옥 시절에는 제호를 '경기신문'에서 '경인일보'로 바꾸었지요. 81년 인천시가 경기도에서 분리돼 직할시가 됐거든요. 그리고 현재의 인계동 사옥 시대를 거쳐, 이제 잠시 터전을 매탄동으로 옮기려는 중입니다.
새삼스럽게 경인일보 사옥 이전의 소회와 역사를 거론하는 이유는 다름 아닙니다. 경인일보는 오는 9월 1일 창간 50주년을 맞습니다. 감히 말씀드리지만 저희는 경인일보 50주년이 저희들만의 기념일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공과가 있고 자부와 자괴가 교차할지라도, 경인일보는 지난 50년 경기·인천 지역 언론역사를 관통해 온 유일한 언론사입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경인일보는 몇해 전부터 창간 50주년을 계기로 새로운 50년을 열기 위해 내부 혁신을 거듭해왔습니다. 지나온 50년을 자랑하기보다는, 그 역사의 엄중함을 되새겨 지역언론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찍어야 한다는 새로운 사명을 소중하게 여긴 것입니다.
창간 50주년을 맞는 올해 혁신의 노력이 하나씩 열매를 맺고 있습니다. 첫째가 경인일보의 서울 진출입니다. 지하철2호선 정보안내시스템과 서울 3대요충지역 전광판을 통해 경인일보는 경기·인천 뉴스를 실시간으로 서울 한복판에 송출하게 됐습니다. 지역뉴스에 배타적인 중앙언론의 근거지에 경인일보가 새로운 매체를 갖고 도전한 겁니다. 두번째는 사옥 신축입니다. 경인일보는 9월 1일 창간50주년 기념식을 현재의 사옥을 말끔하게 헐어낸 빈 자리에서 갖습니다. 신사옥 기공식을 겸한 행사입니다. 저희로선 창조를 위한 파괴를 지켜보며 신생을 위한 도전을 다짐하는 자리입니다. 세번째는 지면혁신입니다. 수도권 최고·최대 정론지로서 부끄럽지 않은 지면을 독자 여러분에게 선보이기 위한 혁신작업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 경기도민, 인천시민 여러분. 2년여의 시간이 흐른 뒤 경인일보는 새 사옥에 입주할 겁니다. 바로 그 때 경인일보는 사옥만 번듯해진 것이 아니라, 경기·인천 언론역사의 수장다운 면모를 갖출 겁니다. 여러분의 염려를 등불 삼아, 여러분의 기대를 큰 돛 삼아 경인일보는 경기·인천을 대표하는 종합미디어그룹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현 사옥에서 출고하는 마지막 데스크칼럼, 이렇듯 창간 50주년과 신사옥 기공식을 맞는 경인일보 식구들의 소회와 각오로 대신합니다. 그리고 9월 1일 오전 10시 수원시 인계동 1122번지에서 열리는 경인일보 창간50주년 기념식 및 경인일보 신사옥 기공식에 독자 여러분은 물론 경기도민, 인천시민 여러분의 마음이 함께 할 것을 믿습니다.
남은 여름, 건강하게 지내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