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幼稚園)이라는 용어를 일제 잔재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러나 교육 전문가들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아동을 보육하는 개념의 유치원이라는 명칭을 명백한 일제의 유물로 본다.
과거 일본학자들이 독일어 킨더가르텐(Kindergarten)을 유치원으로 번역한 데서 비롯된 말로 일제강점기 국내에 들어왔다는 것이다.
`유치(幼稚)하다'라는 단어에 `나이가 어리다'는 뜻과 `수준이 낮거나 미숙하다'는 두 가지 뜻이 담겨 있지만, 일상에서는 대부분 두 번째 의미로 사용한다는 면에서도 적절치 않은 표현으로 지적된다.
이 때문에 작년 8월 한나라당 임해규·이군현 의원은 유치원이라는 용어를 유아학교로 변경하는 내용 등을 담은 유아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지만 아직 심의조차되지 않고 있다.
12일 교육계와 역사학계에 따르면, 광복 65주년을 앞둔 우리 교육현장에 남아있는 일제의 그림자는 여전히 적지 않다.
어떤 것은 무의식적으로, 어떤 것은 문화라는 이름으로 존재하고 있지만, 그동안 `국민학교'가 `초등학교'로 바뀐 것 외에는 뚜렷한 청산 작업이 이뤄지지 못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학교장의 `회고사(回顧辭)'나 `훈화(訓話)', 학년말 평가를 뜻하는 `사정회(査定會)' 등의 일본식 조어가 사전에도 없는 용어지만 여전히 교육현장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순서나 방위가 들어간 교명(校名)을 일제 잔재라고 보는 견해도 많다.
일제는 지역마다 일본인 자녀가 주로 다니던 학교에 최고를 뜻하는 이름을 붙이곤 했는데, 이는 일본인과 조선인을 차별하는 식민지 정책의 일환에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엄격한 두발·복장 검사도 일본식 교육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최근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학생 인권 신장 차원에서 폐지 방침을 밝히기도 했지만 일선 초·중·고교의 학생생활 지도과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도 절대적이다.
태극기를 액자 안에 넣어 교실에 걸어두는 것도 군대식 거수경례, 아침조회 등과 함께 대표적인 일제 잔재로 거론돼왔다.
황국신민의 충성을 강요하는 차원에서 일장기를 액자 속에 넣어 교실에 걸어두던 관례에서 유래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를 의식한 정부가 2002년 교실 안의 액자 속 태극기를 `족자형' 등으로 바꾸도록 권장해 현재 교실에서 액자형 태극기는 거의 사라진 상태다.
역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만주와 한반도를 분리해 서술하는 역사교과서 내용을 일제교육의 잔존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만주와 한반도는 단일권으로 보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김동석 교총 대변인은 "강제병합 100년, 광복 65주년을 맞아 우리 교육계가 학교 현장에 남아있는 일본의 잔재를 찾아내 청산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잘못된 일제문화의 잔재는 철저히 청산할 필요가 있지만 교육적으로 필요한 부분까지 무조건 배척해서는 곤란하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예컨대, 일본 강점기 때부터 시작된 수학여행이 이제는 초중등 교육의 한 제도로 자리 잡고 있고 두발검사 등 학생 지도 방안도 긍정적 기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청산되지 않은 日帝 교육문화의 잔재
유치원·교명·훈화 등 교육용어…액자 속 태극기
입력 2010-08-12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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