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김혜민기자]수원에 사는 장모(54)씨 가족은 A보험사와 보험금 문제로 1년여를 다투다 얼마 전 소송을 제기하자마자 보험금을 지급받게 됐다. 소 제기 사실을 알게 된 보험사가 '보험금 전액과 지연이자 100만원까지 지급할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정신질환을 앓던 장씨가 가족 몰래 차를 타고 나와 화성저수지에 빠져 익사한 사건이 발생한 후, '단순한 자살'로 치부하며 1년 동안 차일피일 보험금 지급을 미루던 것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또 지난 3월 시흥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상에서 자동차 사고로 숨진 이모(36)씨의 가족은 반대로 보험사의 소 제기로 고통을 받고 있다. 사고 당일 트럭의 후미를 받고 정지해 있던 이씨는 B보험사에 가입한 다른 화물차량이 추돌하면서 숨졌다. 그러나 보험사는 '피해자가 1차 사고로 숨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과학수사연구소의 의견을 이유로 자체판단을 거쳐 피해자 가족들에게 먼저 채무부존재소송을 제기했다.

보험소비자연맹은 "보통의 판례에서는 50%의 책임이 있는 것으로 처리함에도 불구, B보험사가 먼저 소를 제기한 것은 보험금 지급 횡포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최근 대형 보험사를 중심으로 보험금 지급 여부를 적극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소비자가 소를 제기해야 보험금을 지급하거나 지급 시간을 고의적으로 끄는 등의 지능적인 횡포가 많아 보험가입자들을 울리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체 금융분쟁조정 중 보험관련 분쟁은 올해 상반기 생명보험(5천398건)과 손해보험(4천857건)이 전체 1만2천947건 중 79.2%를 차지했다. 이 중 금융분쟁이 소송까지 가는 경우도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이 93.7%로 높은 비율을 보였다. 게다가 대형보험회사일수록 분쟁 조정·소송 건수도 많았다.

보험소비자연맹은 "소비자가 소송을 당하거나 소송을 할 경우 경제적 부담은 물론 패소의 공포감이 커 포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보험사들이 이를 악용하고 있다"며 "특히 대형보험사는 보험금 지급에 대해 오랜 경험과 자료가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판단내리기 어렵다'거나 '법의 판단을 받아보자'라는 등의 보험금 부지급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