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강국'이었던 한국이 후발국 중국에게 시장을 급속히 빼앗기고 있
다.

전문가들은 건설업체들이 국내 주택 건설에 치중하며 분양가 인상을 통한
이익챙기기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기술축적에 힘써 고부가 해외건설시장
개척에 적극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 중국, 한국 따라잡은지 오래
29일 세계적인 건설잡지인 ENR(Engineering News Record) 최신호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225대 해외건설기업에 한국은 현대건설,SK건설, 대우건설, 쌍
용건설 등 7개업체가 올라 총 31억5천만달러의 해외건설 매출을 기록했다.

이에비해 중국 기업은 무려 40개가 진입, 우리나라의 배에 가까운 59억5천
만달러의 해외건설 매출을 올렸다.

이에 따라 세계 건설시장에서 중국의 위상은 7위에 자리매김한 반면 한국
은 10위에 그쳤다.

'해외건설 강국'을 자랑하던 한국이 중국에 추월당한 것은 지난 98년부터.

96년 64억달러의 해외건설부문 매출을 올려 중국(41억달러)을 크게 앞질렀
던 한국은 98년에는 47억달러 매출에 그쳐 50억달러의 중국에 역전당하고
말았다.

그뒤 중국은 99년 61억달러, 2000년 54억달러, 지난해 59억달러로 급성장세
를 보인 반면 한국은 99년 28억달러, 2000년 36억달러, 지난해 31억달러로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 문제는 '기술력'
한국이 중국에게 해외건설시장을 뺏긴 주요 이유는 경제위기 이후 국내 건
설업체들의 국제신용도가 떨어져 대형 수주에 필요한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라고 건설업계는 자체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금융시장에서 중국 건설업체의 신용도도 그리 높지 않다는 점
을 감안하면 진짜 문제는 국내 건설산업이 처한 '구조적인 취약점'에 있다
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가격경쟁력에서는 중국의 값싼 임금과 경쟁이 되지 않는 반면 기초기술력
은 선진업체에 미치지 못하는 산업 전반의 '샌드위치형 위기'가 건설업에서
도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더해 중국은 기술력에서도 우리를 맹추격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
다.

건설산업연구원이 27개 해외건설업체 실무진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
르면 토목시공 기술력에서 '중국과 우리나라가 대등하다'는 답변이 54%를
차지했으며 '중국이 우리나라보다 우세하다'는 답변도 36%나 나왔다.

더구나 2010년까지 추진되는 거대한 서부대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중국 건설
업체들이 댐, 교량, 화력발전소 등의 시공 경험과 기술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도 상당한 위협요인으로 지적된다.

산업연구원의 박광순 연구원은 "국내 건설업체가 중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
으려면 기초설계능력과 종합엔지니어링 역량을 하루빨리 선진업체 수준으
로 끌어올리는 길 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