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6일 전격 방중한 것은 한반도 정세가 급격히 요동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지난 5월초 공식 방중한 지 넉달도 지나지 않아, 그것도 미국 전직대통령이 방북해있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전격 방중길에 오른 것은 북한 내부에 '중대한 사정'이 발생했을 개연성이 높다는게 외교가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무엇보다도 외교 소식통들은 이번 방중이 김 위원장의 후계구도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이 평양에 와있는 상황에서 이처럼 급박하게 방중형식과시기를 택한 것은 북한 지도체제와 관련한 특이사항이 아니고는 상상하기 어렵다는게 외교소식통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공식 방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선발대도 없이급작스럽게 방중한 것은 후계구도와 같은 중대사안이 아니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특히 9월 상순 조선노동당 대표자 일정과 긴밀히 연결돼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당 대표자회를 통해 김정은으로의 후계구도를 안정화하려는 김 위원장으로서는 중국과 긴급하게 협의해야할 문제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는게 소식통들의 시각이다.

   이를 두고 중국 지도부가 현재 후계자로 지목된 김정은으로의 승계에 대해 아직동의의사를 표명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소식통은 "후계구도를 놓고 중국과의 의견차이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당 대표자회를 열 수 없다고 보고 직접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으로서는 중국 지도부와의 직접 담판을 통해 김정은으로의 후계구도를 '확정'짓고 내부를 단속하기 위해 이번 방중을 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이 이번 방중길에 김정은을 대동하고 중국 최고지도자인 후진타오 주석을 면담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 목적이 후계구도 보다는 최근 국제사회의 제재와 수해 등으로 가중되고 있는 경제난을 돌파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중국 지도부를 상대로 보다 '통 큰' 경제지원을 끌어내기 위해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섰다는 얘기다. 

   한 외교소식통은 "지금 북한 내부의 경제사정이 매우 어려워 민심이 불안정한 상황"이라며 "이런 상태로는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은 커녕 당 대표자회의를 축제분위기로 열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중국으로부터 특단의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방중했을 수가 있다"고 말했다. 

   또 김 위원장이 건강상의 문제로 긴급히 방중했을 것이란 시각도 있지만 최근 관찰된 김 위원장의 건강이 당장 문제가 될 정도로 나쁘지는 않다는게 상당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용열차를 타고 상당히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중국 방문 자체가 그의 건강한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일부 소식통들은 최근 한.미 양국의 서해훈련으로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는 북한이 보다 큰 틀에서 '안보적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방북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하고 있다. 다시말해 동북아의 안보지형을 '한.미 대 북.중' 구도로 확실히 재편시킴으로써 중국과의 안보적 협력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풀이다. 

   주목할 대목은 김 위원장이 26일 방북한 카터 전 대통령을 직접 만나지 않고 중국으로 향했을 가능성이다. 이 경우 북한이 카터 전대통령의 방북 카드를 활용해 국면전환을 꾀할 것이라는 항간의 예상과는 맞아떨어지지 않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그만큼 방중이 긴급한 상황이었을 수도 있지만 '개인자격'으로 방문한 카터 전대통령을 현시점에서 만나봐야 북.미관계의 돌파구를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되지않을 것이란 고도의 전략적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소식통은 "지난해 방문한 빌 클린턴 전대통령과 카터 전대통령이 오바마 행정부내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비중은 명백히 다르다"며 "김 위원장으로서는 카터 전대통령과의 만남이 큰 득이 되지 못한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카터 전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곰즈씨를 석방시키는 '구원투수' 이상의 의미있는 '메신저' 역할은 수행하기 어렵게됐다는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물론 김 위원장이 방중 전에 카터 전 대통령을 만났거나 아니면 김영남 상임위원장을 통해 일종의 메시지를 간접 전달했을 수는 있지만 개연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외교가에서는 이번 방중이 북.중 최고지도자간 면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한반도 정세운용과 관련한 새로운 틀의 밑그림이 도출될 것으로 예상되고있다. 

   특히 현재 중국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6자회담 재개 문제와 관련해 중요한 합의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들이 나온다.

   지난 16~18일 북한을 방문했던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한반도사무 특별대표도 26일 서울을 시작으로 관련국 순방에 나설 예정이어서 북.중 최고지도자간 협의결과에 따라서는 6자회담 재개 흐름이 크게 촉진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이미 중국과 북한은 물론 미국도 가세한 가운데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깊은 협의'가 최근 진행됐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