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29일 김태호 총리 후보자 등의 자진 사퇴를 계기로 인사검증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큰 방향은 '탁상공론적 기준'이 아닌 국민의 눈높이와 상식을 감안한 실질적 검증 및 적용 기준을 마련하는 쪽으로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인사 검증문제, 인사시스템 전반에 대해다시 점검하고 있다"면서 "공정사회라는 기준에서, 역량과 경력을 쌓아오면서 있었던 여러 평판과 도덕성 등에 대해 더 실질적인 측면에서 검증이 이뤄질 수 있도록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23일 고위 공직 후보자들의 인사검증 논란과 관련해 "조금 더 엄격한 인사검증 기준을 만들라"며 실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인사 검증 기준을 확립하고 이를 엄격하게 적용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청와대의 현재 인사 검증 기준을 글자 그대로 보면 마냥 약하다고만 몰아붙일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 위장 전입 등을 '추천 부적격' 사유로 명시하는 기준이 분명히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인사 때마다 논란이 끊이지 않은 것은 적격과 부적격 기준을 적용하는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적용 과정에서 국민의 실제 눈높이와 조금씩 차이가 나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전 스크린에서 약간의 흠이 발견되더라도 "그 시대에 이 정도는 흔한 일"이라며 어느 정도 용인하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한다. 예컨대 위장 전입이 분명히부적격 사유로 명시돼 있긴 하지만, 부동산 투기를 위한 게 아니라 자녀교육을 위한목적이라면 어느 정도 용인할 수 있다는 식이다.
 
   또 빈번하거나 비정상적인 주택.토지 거래를 통한 재산 증식이 포착돼도 노후대책을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할 경우 다소 관대한 기준을 적용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는 능력과 경륜 등 측면에서 이른바 '감'이 되는 50대 이상 인사 대상자중 대다수에서 이러한 문제가 발견된다는 현실적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고백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앞으로는 이 같은 '현실적 문제'에 대해서도 엄중한 기준을적용하는 새로운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중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은 총리 후보자를 비롯한 일부 국무위원들의 자진사퇴를 언급하면서 "사회 전반에 공정하지 못한 관행이 너무 많이 남아있다. 공정한 사회 실현을 위해 우리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참모들은 전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앞으로 자녀 교육을 위한 위장전입, 노후 대비를 위한 과도한 토지 매입, 법적으로는 문제없으나 사회 상식상 투기로 의심받을 수 있는 주택 거래 등에 대해서도 부적격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서류.진술 상으로만 검증하지 않고 관련 현장을 직접 찾아가 탐문 등을 통해 검증의 정확성을 높이는 방안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청와대는 소통 강화 차원에서 앞으로 시민사회단체, 정치권 등과 함께 인사 검증기준 개선안을 마련키로 했다.
 
   이와 함께 개선안을 완료한 뒤 후임 총리 등의 인선에 이를 적용하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만큼 인사검증 기준 개선과 후임 국무위원의 인선 작업을 병행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핵심참모는 "공정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우리부터 솔선수범해야 하고 선진 일류국가로 나아가려면 예전보다 높아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인사검증 기준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