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는 그나마 다행이다. 청문회를 통해 여러 흠결이 드러났고, 국민의 신뢰가 곤두박질치는 상황에서 청와대와 여당이 밀어붙였을 경우 어떤 사태가 발생할지를 미루어 짐작한다면 말이다. 이들의 자진사퇴로 국민들의 불신을 다소 치유할 수 있게 됐다. 또 이명박 정부의 인사 시스템에 치명적 결점이 노출된데 대한 충격파는 있을지언정 국론분열, 소모적 정쟁의 단초는 제거됐다는 평가다.

이번 내각 구성 파동은 우리 사회가 고위 공직자에게 요구하는 도덕적 기준이 갈수록 엄격해지고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최근 한 세미나에서 "완벽한 인재를 찾아내기가 너무 힘들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말인즉 털어서 먼지 안나오는 사람이 없더란 얘기다. 과거 내각 구성때도 위장전입, 세금탈루, 부동산 투기, 이중국적, 논문표절 시비는 있어 왔다. 이번 후보자들도 이 잣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우리 사회는 각종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블로그, 스마트폰 등 뉴미디어를 통한 시민간 정보 소통과 의견 교환이 종전보다 훨씬 활발해지면서 공인을 시민사회가 직접 검증하는 '시민 검증' 시대로 접어들었다. 경력과 전문성이 우선시되는 시대를 넘어 도덕성도 중요해졌고 공직자 등 모든 사람에 관한 정보도 투명해졌다. 거짓말을 하면 곧바로 탄로나게 돼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청문회에서 후보자들의 여러 결점들이 드러나자 지난 23일 "공직 인선 기준을 더 엄격하게 만들라"고 지시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인사 시스템과 기준을 면밀하게 정립해야 한다. 아울러 후임 총리와 장관 후보자 인선에서는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잣대로, 국민 눈높이에 근접하는 더 깨끗하고 능력있는 사람을 발굴해 내야 한다. 시간에 쫓겨 인사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국민 눈높이'를 외면하는 인사검증으로 또다시 총리와 장관 후보자들이 자질 시비에 휩싸이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이명박 대통령의 후반기 국정기조인 '공정한 사회'를 위해서도 국민 눈높이를 맞추는 노력은 필요조건이 될 것이다. 국정 운영은 물론 인사검증 과정에서도 국민과 정부 사이에 가장 중요한 매개요인은 신뢰와 소통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