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종환 장관, 주택거래 정상화 대책 발표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지난 29일 발표한 부동산 대책은 실수요자를 지원하면서도 투기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최적의 대안을 찾기 위해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한 끝에 어렵사리 마련됐다.

   31일 기획재정부, 금융위 등 당국 관계자들의 발언을 종합하면 대책 준비 과정에서 최대 쟁점은 잘 알려진대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문제였다.

   지난달 진행된 1차 논의에서 국토해양부는 서울과 수도권에 40∼60% 규제가 적용되는 DTI 비율 자체를 10∼20%포인트 상향조정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와 금융위는 부동산시장 침체가 기본적으로 보금자리 주택 등 공급 과잉에서 빚어진 문제이기 때문에 수요 자극책인 DTI 비율 상향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뿐더러 기대한 효과도 거두기 어렵다는 반론을 펼쳤다.

   정부는 청와대 경제금융점검회의, 경제장관회의 등을 통해서도 결론이 나지 않자 지난달 21일 현장 의견수렴과 실태조사를 거쳐 결정을 내리겠다며 발표 시기를 이번달로 미뤘다.

   이후 부처 간 합의의 물꼬를 튼 것은 금융위였다고 한다. 금융위가 이번에 발표된대로 무주택자와 1주택자에 대한 DTI 규제를 아예 없애버리는 안을 제시하고 관련 부처가 공감대를 표시하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탄 것.

   특히 정부 대책이 `4.23 조치'의 연장선상에서 아파트 분양을 받고도 기존 주택이 팔리지 않아 입주를 못하는 사람의 기존 주택에 대한 DTI 규제 완화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이어서 금융위의 제안은 파격에 가까웠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부동산 규제완화를 줄기차게 요구해온 한나라당조차 지난 28일 개최된 당정협의에서 대책의 골격에 대해 별다른 이견을 제시하지 않은 채 미세조정 입장을 밝혔을 정도라고 한다.

   금융위는 국토해양부 주장대로 DTI 비율을 일률적으로 완화하면 정부가 부동산 경기부양에 나선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고, 이 경우 부동산 시장의 왜곡을 불러올 수 있어 지원책이 필요한 실수요층을 철저히 겨냥한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봤다.

   정부 관계자는 "완화의 정도는 크게 하되 적용대상은 철저히 좁히는 정책을 선택했다"며 "그 결과가 실수요층이라고 볼 수 있는 무주택자와 1주택자에 대한 DTI 규제 한시 폐지였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이 정책이 부동산 투기를 조장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고 실제로 투기수요도 자극하지 않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하는데 막판까지 세심한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1주택자가 추가로 주택을 취득하더라도 2년 내에 기존 주택을 처분토록 해 다주택자 양산으로 인한 투기수요를 억제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또 부동산 가격 상승의 진앙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 3구'는 대상에서 아예 제외했다.

   DTI 규제 해제시 무분별한 대출로 은행의 건전성 악화를 초래하지 않도록 내년 3월말까지 시행되는 한시대책으로 설계하고, 주택담보대출의 40%가량을 차지하는 생활자금 대출은 DTI 해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대책의 명칭도 부동산 경기활성화 대책이 아니라 `실수요 주택거래 정상화와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 방안'으로 정했다.

   대책을 발표하는 시점도 신학기 이사수요가 발생하는 8월말∼9월초를 넘기지 않기 위해 다소 서둘렀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대책을 7월말에 시행했다면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을 것"이라며 "시기도 발표시점을 결정하는 요인이 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이 부진한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되겠지만 투기수요를 자극할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부동산이 정상적으로 거래되던 시기에 월 2조원 가깝던 주택담보대출이 최근 들어 절반 수준인 1조원 가량으로 떨어진 상태인데 이번 대책으로 인해 대출액이 30∼50% 정도 늘어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이 이 정도 늘어난다면 은행의 건전성이나 가계부채에는 큰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