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최해민·김혜민기자]'수원 노숙소녀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기소된 노숙 청소년들이 진술녹화 영상을 통해 '수사기관의 회유 또는 강요에 의한 자백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무죄판결을 받은 가운데(경인일보 8월 27일자 23면 보도) 수사기관의 진술녹화 제도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진술녹화 영상이 이들 청소년의 무죄판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1일 경기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현재 경찰은 형사소송법이나 범죄수사규칙 등에 의거, 살인, 강간, 증재, 수뢰 등 '범죄유형'에 따라 진술녹화를 의무화하고, 진술번복 우려가 있을 경우 등 수사관이 판단해 '(공소유지에)필요할 때' 진술을 녹화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 진술녹화 제도는 피의자의 인권보호보다 공소유지에 중점을 두고 있어 청소년이나 장애인 등 적극적인 자기방어가 어려운 이들에 대한 수사 시, 수사절차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진술녹화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무죄판결을 받은 이들 청소년과 함께 공범으로 몰려 현재 유죄가 확정된 정신지체장애인(2급) 강모(31)씨와 정신병력자 정모(31)씨의 재심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박준영 변호사는 중증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강씨 등이 "회유나 강요에 의한 자백으로 처벌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앞선 노숙 청소년들의 경우처럼 진술녹화 동영상이 없어 그의 주장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

박 변호사는 "강씨는 자신이 한 말이 무슨 뜻인지조차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중증 정신지체를 앓고 있지만 강씨나 정씨의 피의자 신문 내용이 영상으로 남아 있지 않아 조서작성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입증할 방법이 없다"며 "수사기관에서 특정 범죄유형에만 의무적으로 적용되는 진술영상 녹화를 '피의자가 미성년자나 장애인일 경우'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권연대 한 관계자도 "영상 녹화를 적극 활용하는 것은 피의자 신문 당시 자백강요를 방지할뿐더러 양심적인 수사관에게도 조사 과정에서 '폭력'이 없었다는 증거로 활용될 수 있는 만큼 미성년자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수사 시 진술 녹화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