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전기요금 도시가스요금 등 에너지 요금의 인상과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 요금의 인상이 속속 검토되고 있는 가운데 추석을 앞두고 수요가 늘어나는 채소와 과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특히 올 봄의 냉해와 늦은 장마로 인해 가격이 대폭 오른 상태에서 지난 2일 한반도 중심부를 관통한 태풍 '곤파스'가 전국 곳곳의 채소·과수 재배 단지에 큰 피해를 안겼기 때문이다. 더욱이 제9호 태풍 '말로'가 또 이번 주 영향을 미칠 예정이어서 걱정이 태산이다.

상추의 경우 한 달새 무려 80%나 올라 고기로 상추를 싸먹어야 할 정도라는 농담마저 나온다. 시금치도 작년 이맘때에 비해 122%나 올랐고, 태풍 피해가 컸던 열무와 얼갈이 배추 등은 243%, 270%나 지난해에 비해 폭등했다. 냉해와 태풍의 여파가 추석을 앞둔 장바구니 물가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는 것이다. 배와 사과 등 과일들도 산지에서 낙과율이 20~30%에 달해 농수산물시장 반입량이 대폭 줄어들면서 30~40%까지 올랐다. 이로 인해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유통업체들은 품질좋은 상품을 확보하느라 비상이 걸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도 엊그제 '추석 민생과 서민물가 안정 방안'을 내놓고 제수품을 비롯해 주요 성수품 가격을 집중 점검하는 한편 공급량을 늘려 수급안정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내용을 보면 성수품 관리, 제수용품 공급 확대, 농축수산물 의무수입물량 조기도입, 가공식품 관세율 인하 등 으레 되풀이되는 단골메뉴들이다. 이상기후로 인한 농작물 피해확산과 세계적인 '에그플레이션'이 겹쳐 특별한 대책이 없다고는 하나 발표로 끝나는 것이 아닌 실질적인 특단의 대책을 논의할 때다.

한 번 오르기 시작하면 멈추기 어려운 것이 물가의 구조다. 물가 상승에 대해 선제대응을 하지 않으면 서민경제는 더욱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올들어 지속되는 물가 오름세는 국제원자재가 폭등 같은 외부적 요인의 탓이 크다고는 하지만 환율정책이나 유통구조 문제 등 국내에서 다룰 수 있는 방법도 없지 않다. 대통령이나 장관들이 시장을 방문하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으로 고단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서민들이 한가위나마 잘 지내도록 정부가 추석 물가잡기에 혼신의 노력을 다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