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그룹 지주회사인 신한금융지주 신상훈 사장을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것과 관련, 사건 당사자들의 주장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2일 "은행에 신 전 은행장의 친인척 관련 여신에 대한 민원이 접수돼 조사한 결과 950억원에 이르는 대출 취급과정에서 배임 혐의가 있었고, 채무자에 대해서는 횡령 혐의가 있다"며 신 사장과 관련 직원, 차주들을 고소했다.

   신한은행은 종합레저업체 금강산랜드와 투모로CC, 투모로에너지 등 투모로그룹 자회사 3곳에 대출을 해주면서 내부 규정을 위반한 무리한 대출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 당시 은행장이던 신 사장이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은행에 진정서를 냈던 오모씨와 투모로그룹 국일호 회장, 신한은행, 신상훈 사장측의 입장을 들어봤다.

  
◇오모씨 "친인척 불법대출"
이번 사태의 단초를 제공한 오씨는 7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해 10월 23일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 앞으로 "신상훈 행장이 친인척에게 불법대출을 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내용증명으로 보냈다고 밝혔다.

   오씨는 "은행에 알린지 1년 가까이 됐지만 (은행 측에서) 연락조차 없어 요로에 진정서를 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한은행은 "작년 11월에 제보를 받고 조사를 시작했지만 신 사장측이 이런 사실을 알게되는 바람에 조사가 지연됐고 올해 7월에 여신부장을 바꿔서 본격적으로 조사했다"고 해명했다.

   경기도 파주에 있는 금강산랜드의 전 소유주인 오씨는 "내가 그 사업부지를 소유할 때는 담보가치가 50억 원도 안됐다"며 "매출액이 50억원도 되지 않는 회사에 은행이 950억원을 대출해준 것은 말이 안 되며 이는 은행장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업이 악화하자 2004년에 금강산랜드를 투모로그룹(회장 국일호)에 팔았고, 사업부지 가운데 일부 본인 소유의 땅을 투모로그룹에 임대해 이를 담보로 은행에서 50억원의 대출을 받게 해줬으나 투모로그룹이 "골프장 사업 허가가 나면 갚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신한은행이 본인 동의 없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바람에 대출을 회수할 길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신상훈 사장과 수시로 전화통화를 했다면서 "작년 8월 통화에서 왜 내게 물어보지도 않고 워크아웃을 시켜줬느냐고 따졌더니 그렇게 하지 않으면 국일모가 신용불량자가 된다고 대답하더라"고 말했다.

   "그래서 신 사장을 사법 당국의 처벌을 받도록 하려고 했더니 내 주변 조사를 하고 다니고 신한금융 전체에서 나서 로비스트를 동원해 막더라"고 주장했다.

   오씨는 신 사장과 국일호씨가 친인척 관계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족보를 확인해보면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투모로그룹 국일호 회장 "거래기업 죽이기"
국일호 회장은 신상훈 사장과의 관계에 대해 "친인척 관계도 아니며 개인적인 인연이 없다"며 "신한은행에서 한 달 전에 나를 찾아와 이런 사실을 증명하라고 해 나와 처, 아버지, 장인의 가족관계증명원까지 보냈다"고 주장했다.

   국 회장은 "다만 투모로그룹의 계열사인 금강산랜드의 홍충일 회장 부인이 신씨이고 신상훈 사장과 군산의 초등학교 선후배 사이로 같은 교회도 다녔다고 한다"며 "그런 인연으로 홍 회장이 2년전 교회 행사에서 신상훈 사장을 만나 인사를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국 회장은 3개 자회사가 신한은행으로부터 받은 대출은 950억원이 아니라 금강산랜드 220억원, 투모로CC 390억원 등 총 680억원이라고 밝혔다. 또 오씨의 땅을 담보로 대출받은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4년 금강산랜드를 인수할 당시 금강산랜드에는 총 175억원의 대출이 이미 있었다"며 "금강산랜드를 인수해 종합레저시설로 바꿔 장사가 잘됐으나 신종플루 사태가 터지면서 사업이 어려워졌고 엔고로 엔화대출까지 문제가 되면서 결국 워크아웃을 신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업이 잘될 때는 은행들이 서로 대출해준다고 했었다"며 "당시 신한은행이 너무 보수적이어서 우리은행으로 주거래은행을 변경하려고 했으나 신한은행이 강력하게 말려 못 바꿨을 정도"라며 부정대출 의혹을 일축했다.

   그는 저축은행에서 받은 브릿지론도 사업이 잘되자 신한은행이 이관해갔으며, 은행으로부터 받은 대출은 과거 대출을 갚는데 사용했다며 횡령 의혹도 전면 부인했다.

   국 회장은 "이번 사건의 본질은 신한은행이 주거래기업의 정보를 이용해 은행 내분에 끌어들인 것"이라며 "10년 주거래기업의 회장인 나를 부도덕한 사람으로 몰고 가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힌 만큼 신한은행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등 할 수 있는 모든 조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한銀, 횡령 의심 눈길 여전
신한은행 측은 홍충일 금강산랜드 대표가 신 사장의 친인척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은행 심사역이 일종의 대출 족보인 여신심사카드에 홍 회장이 신 사장과 사촌매제 지간이며 국 회장은 홍씨의 처이모부라는 내용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최근 홍 씨의 호적에 변동이 있거나 촌수에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대출 당시에는 친인척으로 연결돼 있었다는 것이 신한은행의 주장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만약 호적이 위장 변경됐다면 채권자의 집행을 피하려고 재산을 허위로 빼돌린 강제집행면탈죄에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금강산랜드가 수년간 적자를 내 존속가치가 의문시되면서도 2005년부터 은행에서 대출받은 돈 가운데 200억원 이상을 대표이사와 친인척에게 빌려준 점 등에 대해서는 횡령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금강산랜드의 감사보고서에는 2008년 말 현재 친인척인 국일호 회장과 국 회장 부인 한 모씨 등에 대해 62억7천만원가량 채권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당시 금강산랜드는 S저축은행 100억원 등 총 160억원의 단기차입금이 있었으며 신한은행으로부터 빌린 외화차입금도 257억원에 달했다. 당기순손실은 2007년 말 약 40억원에서 2008년 말 약 64억원으로 늘어나는 등 경영 상태는 악화하는 추세였다.

   은행 측은 투모로의 골프장 건설 초기 모 저축은행이 대출을 했지만, 이를 은행으로 이관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 삼고 있다.

   통상 타 은행에서 여신심사가 이뤄진 대출을 이관하는 경우 여신 심사를 완화해주는 관행이 있지만, 여기에 저축은행은 해당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신 사장이 영향력을 행사해 대출이 이뤄지도록 했을 수 있다는 의혹이다.

  
◇신 사장 측 "적법 대출"
신 사장은 홍씨와 친인척이 아니라고 초지일관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신 사장은 "호적등본을 떼보면 알겠지만, 시골 교회에서 알게 된 사이로 친인척이 아니다"며 "대출이 여신위원회에서 결정된 사항이어서 결재선상에 행장이 없었으며 기업에 친절하라는 정책적인 얘기를 한 적 있지만, 잘 봐주라고 외압을 넣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신 사장과 함께 고소된 당시 여신 임원들도 대출 취급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당시 여신담당 임원이던 이정원 신한데이타시스템 사장은 "심사역으로서는 재무제표만 보고 대출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일 수 있지만, 시장 점유율을 늘려야 하는 경영진이나 영업점 직원들은 많은 토론을 거쳐 결론을 낸다"며 "타 행에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해 노력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골프장 건설 중 지가 상승으로 손실이 발생하고, 금리를 절감하려고 엔화대출을 했다가 환율 상승으로 환차손이 220억원 발생한 것"이라며 "부행장 5명과 부장 2명이 끝장 토론을 거쳐 만장일치로 대출을 취급하는데 일부 임원이 주도적으로 했다고 배임으로 몰면 안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