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실사과정서 1급비밀까지 넘겨받아

대우자동차 인수포기를 선언한 미 포드사에 국내 자동차 산업의 핵심 정보가 고스란히 유출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27일 대우자동차 직원들에 따르면 포드사가 대우차 인수를 위해 40일간 회사 내 모든 부문에 대해 일일이 실사작업을 벌이면서 매우 중요한 국내 자동차 산업 관련 정보를 무더기로 빼갔다는 것이다.
지난 6월 29일 대우자동차 채권단에 의해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포드사는 250여명의 대규모 실사단을 파견, 7월 10일부터 8월 19일까지 (주)대우자판 별관에서 인수를 위한 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대우차와 채권단측은 포드사의 인수를 기정사실화하고 자동차 산업에서 '1급 비밀'로 취급하던 대부분의 핵심정보를 실시단에게 넘겨 주었다는 게 대우차 직원들의 얘기다.
포드사는 특히 대우차의 핵심인 기술연구소의 시험장비와 시설, 신제품개발 등을 비디오 카메라로 모두 찍어 가져 갔다고 대우차 관계자는 전했다. 대우차 직원들은 “심지어 포드사 실사단이 부평공장 각종 생산시설에 대한 치수를 모두 재거나 도면을 직접 복사해 갔다”고 밝혔다.
포드사는 회사가 합칠 경우에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대우차의 중요정보가 모두 저장된 IT(전산)관련시스템도 집중 조사했으며, 동종업계에서조차 '절대 비밀'로 여기던 부품단가와 목록, 업체까지 일일이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대우자동차의 주요 정보가 미국 회사에 노출됨에 따라 앞으로 국내 자동차 산업 경쟁력에 막대한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대우차 직원들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감안해 지난 8월초 포드사 실사에 대한 확인작업을 거쳐 기밀유출에 대비할 것을 회사와 채권단측에 요구했으나 인수에 차질을 빚는다는 이유로 묵살당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대우차와 정부측은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못한 채 사실을 쉬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자동차의 한 중견간부는 “포드사에 완전히 농락당한 기분”이라며 “포드사에 눈치만 살피던 회사와 정부가 인수를 서두르는 바람에 대우차의 회생을 더욱 어렵게 만든 꼴이 됐다”고 비난했다.
李喜東기자·dhl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