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김명래기자]기부채납은 무분별한 개발 이익을 공익적으로 환수하는 취지에서 진행되지만, 그 과정이 밀실에서 진행돼 불투명하다. '기부채납 시설 통합관리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작년 12월 인천시는 서구의 한 개발사업자와 '도서관 건립에 관한 양해각서'를 교환했다. 인천 서구에 120억원 규모의 도서관 2개를 지어 기부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인천시는 올해 1월에 실무협의를 거치고 3월부터 도서관 공사를 시작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기부채납 도서관은 착공조차 되지 않았다.

도서관 실무부서는 지난 6월 도서관 건립 세부협약을 맺자고 했고, 8월에는 세부협약 체결을 촉구하는 공문까지 보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개발예정지의 자연녹지지역을 일반상업·준공업 지역 등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도시관리계획 변경안이 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자, 해당 사업자가 도서관 건축 협약을 차일피일 미뤘다는 게 시 안팎의 시각이다.

이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인천에서 기부채납은 용도지역 변경에 따른 대가로 이뤄지는 게 많다.

기업은 용도지역 변경으로 인한 특혜 시비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고, 시는 개발이익을 공익적 사업에 환수했다는 명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부채납 규모와 내용, 방식 등을 정하는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는데 있다. 지난해 한 개발사업자는 현금 수백억원을 '도서관 건립 비용'으로 시에 기부했지만, 협약서 한 장 갖고 있지 않다. 어떤 기준으로 기부금 규모가 결정됐는지, 이 기부금의 사용처를 어떤 방식으로 정했는지에 대해서 공개하지 않는다.

시 관계자는 "개발구역 외 기반시설과 기부금은 도시개발법상 협의하는 과정에서 사업자에게 요구하는 것"이라며 "기업이 사회 공헌 차원에서 주는 것이기 때문에, 협약같은 건 없었다"고 말했다.

기부채납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는 것도 문제다.

예를 들어 기업이 100억원 규모의 공공시설물을 지어주겠다고 해도, 실제 이 사업에 100억원이 투입됐는지를 확인할 길이 없다. 기부채납 시설을 짓는 기업 중에는 설계와 시공 등을 자회사에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 공유재산 담당 직원은 "기부채납 시설을 시 재산으로 귀속할때 시설 투입 비용을 따로 검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A구청에서 기부채납 시설 건립을 담당하는 한 공무원은 "기부채납이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지난 해부터 민간과 공공으로 구성된 '협상조정협의회'를 구성해 기부채납 규모를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