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부천시가 소방당국의 무선 교선 내용을 감청해 온 것으로 밝혀지면서 그 사용처에 대한 의문이 일고 있다. 감청 내용에 대해 결코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았고, 재난상황에 대해 유관기관간 신속한 협조체계 구축을 위해 감청설비를 설치했다는 부천시의 해명에는 거짓이 없을 것으로 믿고 싶다. 하지만 단지 그 뿐이라면 시스템으로도 충분하다고 본다. 시재난종합상황실과 소방서 상황실간 연락체계를 구체화 세밀화하고, 유사시에 대비한 상시훈련을 통해 협조 등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

부천시의 소방당국 감청은 6년이 넘는다. 지난 2004년에 기존 감청장비보다 기능이 향상된 현 감청장비로 교체한 것이 확인됐다. 감청내용도 화재 현황을 비롯 또 다른 일반적인 소방당국의 모든 교신을 감청해 왔다고 한다. 신속한 협조를 위해 재난상황만을 감청해 왔다는 해명과 맞지 않는다. 이러한 불법 행위가 부천시뿐 아니라 상당수 자치단체에서 이뤄졌을 공산이 크다는 데서 심각성을 알 수 있다.

감청의 법률적 해석은 법원의 허가를 필요로 해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각종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다. 부천시의 감청은 사익(단체·개인)을 위해서 타인(개인·기업·국가)의 승낙과 동의 없이 사생활 침해 및 각종 신상 파악과 정보를 수집하는 행위인 도청에 해당한다. 협의없이 소방서의 교신 내용을 감청했다면 범법행위로, 소방서측은 법적대응을 검토중에 있다고 한다. 부천시는 철거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사실관계를 확실히 하고 법 조치와 별개로 재발 방지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통신비밀이 지켜지지 않으면, 개인이나 국가, 단체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통신업체의 감청장비 설치를 의무화하고 적법 절차로 감청을 실시하도록 하는 내용의 통비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유로 급증하고 있는 산업스파이와 사이버 테러 등에 신속히 대응, 국익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우려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불법 감청이 횡행하고, 정당하게 얻은 정보도 그 사용처를 믿지 못한다는 것이다. 부천시의 예처럼 공공기관마저도 법을 지키지 않고 있다. 적법하게 얻어진 정보라도 그 흐름을 믿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면, 잘못된 것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부천사건의 처리과정과 대책마련을 지켜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