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추석을 앞두고 한숨소리가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명절 스트레스'라는 새로운 병도 생겨났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최근 추석을 앞두고 직장인 1천14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추석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응답자가 무려 60.3%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의 원인(복수 응답)은 경제적 부담(50.4%)이 가장 많았다. 귀성·귀경길 교통체증(29.3%), 결혼 문제 등에 관한 가족들의 잔소리(27.2%), 제사·가사노동 부담(26.1%) 등 순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명절 스트레스'를 겪는 이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한 백수 청년들일 게다. 정부는 경기지표가 좋아지고 있다고 연일 발표하고 있지만 실제 일자리를 찾았다고 하는 청년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정부가 발표한 청년 실업의 통계는 8%대이지만 통계에도 잡히지 않은 청년 실업을 감안한다면 그 차이는 엄청나다. 부모 등 가족들의 잔소리도 싫지만 자신의 무능함에 죄책감까지 겹쳐 대인기피증까지 생겨날 정도다.
햇과일과 곡식을 거둬들이는 기쁨을 기대하던 농민들은 태풍 '곤파스'가 지나간 후 큰 시름에 빠져있다. 1년내내 땀흘려 가꾸었던 과일은 수확을 앞둔 시점에 손도 제대로 써 보지 못한 채 버려졌다. 추석이 달갑지 않다.
인천 등 도심지 전통 재래시장 상인들도 울상이다.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태풍으로 채소와 야채 가격이 폭등하면서 소비자들의 발길이 줄어들어 우두커니 점포만 지키는 상인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중소기업들도 추석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자 좌불안석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전국 중소기업 761개 업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3.6%가 자금사정이 어렵다고 호소했다. 추석 상여금 계획을 밝힌 업체는 67.7%에 그쳤다. 인천상공회의소가 조사했더니 인천지역 기업체들도 상여금 계획이 없다고 답한 업체가 3분의 1에 달한다고 한다. 경기침체 여파로 매출 감소, 원자재 가격 상승, 판매대금 회수 지연 등으로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 사장들의 한숨은 어느 때보다 크다.
주부들의 마음 고생은 더해지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 물가는 오르는데, 상여금도 없이 명절을 보내려고 하니 고민이 많아진다고 한다. 빠듯한 살림살이에 모두가 어려워하니 손 내밀 곳이 없다. 차라리 명절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그렇다. 이리 둘러보고, 저리 둘러봐도 추석이라고 기뻐하는 이들이 별로 안 보인다.
더구나 이웃의 사랑과 도움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이들이 우리 곁에 있다는 것도 잊어버릴 정도다. '내 코가 석자인데…'라며 애써 그늘진 이웃을 안 보려는 모습도 엿보인다.
고아원, 장애인시설 등 불우시설의 이웃과 혼자 사시는 노인 등은 명절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아무리 힘든 세상이라고 해도 이때 만큼은 함께 나누려는 온정의 손길이 있을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 옹진군지부와 옹진농협 전 직원이 매월 급여에서 조금씩 모아 시름에 빠진 강화 농민을 돕기 위해 강화섬쌀 500㎏을 구입해 불우이웃에 전달한 훈훈한 이야기가 감명 깊다. 작은 정성이지만 불우이웃과 함께 나누려는 그 마음에서 온기를 느낀다.
재고쌀이 넘쳐 시름에 빠져있는 농가도 돕고, 불우이웃에게 도움도 준다는 취지로 인천시와 농협중앙회 인천지역본부,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이 함께 쌀로 나눔을 실천하는 '인천사랑 쌀사랑 ,나누미(米)-기부미(米)'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다. 다가오는 추석이 두렵고, 피하고 싶지만 서로 격려하고 힘든 마음을 함께 나누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