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6일 새 국무총리 후보자에 김황식 감사원장을 발탁한 것은 후반기 국정운영의 핵심 가치로 내세운 `공정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16일 새 국무총리 후보자에 김황식 감사원장을 발탁한 것은 후반기 국정운영의 핵심 가치로 내세운 `공정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 원장의 지명은 8.8 개각에서 신임 총리로 지명됐던 김태호 전 경남지사가 지난달 29일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각종 의혹에 대한 거짓 해명 논란으로 낙마한 지 18일 만이다.
이 대통령은 후임 총리를 인선하면서 공정사회 개념에 적합한 인물을 물색해 왔다. 이 과정에서 도덕성을 인사기준의 최우선 덕목으로 올려놓고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태희 대통령 실장은 기자회견에서 "대법관과 감사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전문가로서 역량과 법치주의 정신을 지녔다"면서 "흠잡을 데 없는 도덕성과 첨령성이 공정한 사회를 지향하는 현재와 부합되는 훌륭한 분"이라고 말했다.
40대의 김 전 지사 발탁이 세대교체형이었다면 이번에는 공정사회 가치에 맞는 후보자를 낙점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다시 도덕적 하자가 드러나 국회 인사청문회 문턱을 넘지 못할 경우 자칫 공정사회가 추동력을 잃고,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에 타격을 받아 레임덕이 가시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 개각에 등장했던 총리와 장관 몇몇에 대한 도덕성 문제가 불거지자 검증 기준을 강화하고 `모의 청문회'까지 도입한 직후 첫 공직 지명이어서 부담이 더욱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특히 올해 62세인 김 원장은 역대 총리 가운데 최초의 전남 출신으로 지역 화합의 메시지도 담았기 때문에 앞으로 인사청문 과정도 무난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게다가 김 원장은 대법관을 지낸 법조인 출신으로서 법조계 내부에서 신망이 높고, 1972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정통 법관 코스를 밟아 도덕성과 청렴함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여권 핵심부가 총리 내정을 앞두고 민주당과도 사전 교감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는 등 이번 인선에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총리 인선 과정에서 지역을 고려하고 야당과의 사전 교감을 통해 야당의 참여를 이끌어내면서 향후 정국에 `데탕트' 무드가 형성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당장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인사청문 과정에서 총리 적격성 여부에 대해 철저히 검증하겠다는 전제를 달고 있지만, 김 원장의 총리 발탁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아울러 김태호 전 후보자 지명 당시 야기됐던 한나라당내 친박계의 반발도 거의 없을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이번에는 차기 대권 주자를 키우기보다는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실무형 총리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후반기 당내 화합을 겨냥한 포석도 깔렸다.
앞서 정운찬 전 총리를 기용할 때나 김 전 지사를 지명했을 당시 인위적으로 대권 주자를 키우려는 것 아니냐는 친박(친박근혜)계의 불만이 팽배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이러한 내부 분란을 피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더욱이 지난 2008년 7월 감사원장으로 내정돼 2년 넘게 업무를 수행, 이 대통령과 호흡을 맞추는 데도 어려움이 없어 관리 위주가 될 후반기 국정운영에 적합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다만 거의 모든 공직을 법조계에서 보냈기 때문에 정치와 경제, 외교, 사회 분야를 아울러 통합.조정해야 하는 총리로서 업무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
청와대는 총리 공석에 따른 국정 공백을 막기 위해 추석 연휴 전에 서둘러 발표했다. 지난 7월29일 정 전 총리가 공식 사퇴를 밝힌 지 총리 자리는 49일째 공석이다.
총리 자체도 중요하지만 서울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등을 앞두고 새로 임명된 총리가 공석인 외교통상부 장관 등도 제청해야 하기 때문에 더는 후임 인선을 늦추기 어려운 형편이다.
정치권에서는 `김황식 내각'의 라인업은 집권 후반기를 맞아 이 대통령의 친정체제를 구축하는 동시에 야당과의 대화.타협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이중 포석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권 최대 역점사업인 4대강 사업과 권력구조 개편을 핵심인 개헌 및 선거구제 개편 등 정치개혁 과제를 풀어가는 방식에서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한 강행이 아닌 소통에 방점이 주어지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권력 2인자인 이재오 특임장관의 역할이 한층 강화되면서 여권의 권력지형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김 원장의 총리 기용은 향후 정국을 안정적으로 가져가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면서 "당분간 정국은 데탕트 무드를 띠고 흘러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