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태극 소녀들이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월드컵 축구 사상 첫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아올렸다. 26일 오전 트리니다드 토바고 포트 오브 스페인의 해슬리 크로퍼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FIFA U-17 여자월드컵 결승전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끝에 일본을 누르고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골잡이 여민지는 골든볼(MVP)과 골든부트(득점왕)까지 차지하는 영광을 안았다. 축구가 한국 땅에 선보인 것은 1882년으로 무려 128년만에 날아든 낭보로 감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FIFA U-17 여자월드컵 우승은 감독의 지도력과 평소 훈련을 통해 단련된 위기대처 능력, 물러서지 않는 투혼, 흔들리지 않는 집중력 등의 결과라 할 수 있다. 한국 여자축구는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서둘러 시작했다. 충분한 사전준비가 없다 보니 중국·일본·호주에 밀려 명맥만 유지해 온 것이 사실이다. 발전기는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여자축구 붐 조성을 위해 유치한 토토컵 국제대회에서 우승을 하면서다. 이후 2003년 미국여자 월드컵 본선에 처녀 출전하면서 오늘의 결과를 예고했다.

이제부터라는 각오로 매진해야 한다. 이번 대회 우승은 기적으로 불릴 만큼 기반이 허약하기 때문이다. 대한축구협회에 등록된 실업팀은 7개로 미미하다. 청소년팀도 초등학교 18개, 중학교 17개, 고등학교 16개, 대학교 6개, 유소년 클럽 1개 등 모두 65개팀에 불과하다. U-20과 이번 대회 우리를 누른 독일의 경우 등록선수가 105만명을 넘는다. 성인팀만 5천개가 넘어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국내 사정이다. 국제대회에서 연거푸 좋은 결과를 내고 있는 여자축구의 위상과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질 조짐이 있어서다. 풀뿌리인 초등학교 팀이 4개나 사라졌다. 몇팀 안되는 초교팀 해체가 계속되면 한국 여자 축구의 미래에 심각한 그늘을 드리우게 된다. 결국 중·고등학교 팀의 부실로 이어지게 된다. 대책이 절실하다. 정신력과 훌륭한 지도자의 역량만으로는 성장에 한계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 축구 선진국의 예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클럽축구 시스템의 정착이다. 축구 유망주들이 축구를 즐기면서 엘리트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