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최해민기자]"국군의 날, 아들 목숨값도 지키지 못해 영정을 볼 면목도 없습니다…." 천안함에서 순직한 고(故) 신선준 상사의 아버지가 군인사망보상금의 절반을 몰래 타 간 친모를 상대로 제기한 '양육비' 청구소송이 수원지법에서 열린다. 아들을 가슴에 묻고도 아들의 목숨값을 놓고 친모와 법정 공방을 치러야 하는 아버지 국현(59)씨의 사연은 건군 제62주년 국군의 날을 맞아 더욱더 주위를 가슴아프게 하고 있다.

수원지법 가사비송 4단독은 오는 15일 고 신 상사의 아버지가 지난 7월 친모 권모씨를 상대로 낸 양육비 청구소송의 첫 공판기일을 진행한다. 신씨가 헤어진 지 28년된 권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권씨가 고 신 상사 앞으로 나온 군인사망 보상금 중 절반인 1억여원을 몰래 받아갔기 때문이다.

신씨는 "권씨가 돈 받을 부모의 권리를 주장한다면 부모로서 28년간 지급하지 않았던 양육비를 요구하는 게 도덕적으로나 합리적으로 옳다고 생각해 양육비를 청구했다"고 말했다.

아들의 상을 치르고 천안함 사태 일련의 과정을 겪느라 정신이 없었던 신씨는 고 신 상사가 순직한 지 수개월이 지나서야 수원에 사는 권씨가 아들의 주소지인 울산보훈지청을 직접 방문, 보상금을 받아간 사실을 알게 됐다.

권씨는 고 신 상사가 태어나 2살 되던 해 집을 나간 뒤 여태껏 아들과 딸의 생사 여부조차 확인않던 인물. 이에 고 신 상사의 누나는 지난 6월 출산한 지 얼마 안돼 가누기 힘든 몸을 이끌고 수원 영통의 권씨를 찾아갔지만 이내 밖으로 쫓겨나고 말았다.

누나 신씨는 "최소한 나한테는 미안한 마음이 있어야 하는거 아니냐고 했더니 '너희를 버렸다고 너한테 질질 끌려다녀야 하냐'고 반문했다"며 "키운 것보다 낳은 게 더 중요하다며 돈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친모의 말에 더이상 할 말을 잃었다"고 전했다.

아버지 신씨는 "그 돈이 어떤 돈인데…. 무려 28년을 부모노릇 한번 하지 않았던 권씨가 재혼해 잘 살고 있으면서 아들의 목숨값을 가로채 갔다니 너무 억울하고 속이 상하다"며 "재판부에서 현명한 판결을 통해 비슷한 일이 재발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천안함 희생자 유족 중 이혼 등을 통해 실제 양육 의무를 지지않았던 권씨같은 유족에게 성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하고 최근 신씨에게 보상금 5억원을 지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