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한글은 유네스코가 지난 1997년 훈민정음을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했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우수한 문자다. 게다가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가 한국어를 국제특허 협력조약의 국제공용어로 채택했을 뿐 아니라 언어학자들마저 '한글은 세계의 알파벳'이라고 말할 정도다. 그러나 국내 공기업과 지자체들이 CI(Corporate Identity)를 변경하면서 한글을 외면하고 국적 불명의 외국어 및 외래어를 남발하고 있어 한글사랑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0월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통합한 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공식 명칭을 'LH'로 정했다. 토지 영역의 'Land'와 주택 영역의 'House'의 앞 글자를 딴 명칭이다. 주택금융 등의 장기·안정적 공급 촉진을 위해 지난 2004년 출범한 주택금융공사도 올해 3월 CI(새 기업이미지)를 HF(Housing Finance)로 변경했다. 농협의 경우 한글의 첫 글자를 따 'NH'로 불린다. 이 밖에 한국수자원공사와 한국도로공사도 지난 2006년과 2007년 CI를 K-Water와 EX로 교체했고, 농수산물유통공사 역시 'aT'로 CI를 변경했다.
경기도내 지방자치단체들 역시 도시 브랜드 및 세계화를 이유로 앞다퉈 영문 CI사용을 확대하는 추세다. 이 같은 CI의 변경에는 최소 수억원에서 수십 억원의 비용이 지불될 수밖에 없다. 이같이 국제화 바람에 들뜬 정부기관이나 공기업, 지자체들이 무분별하게 외래어를 남발한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가뜩이나 청소년들 사이에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등에서 나타나고 있는 자모의 단축, 약어 사용, 문장 줄임 등 규범 자체를 깡그리 무시하면서 한글이 파괴되고 있는 현실에서 더욱 문제는 심각하다.
광역자치단체들도 무슨 뜻인지도 헷갈리는 'Hi Seoul', 'Dynamic BUSAN', 'Fly Incheon'과 같은 영어 슬로건을 내건다는 것은 어쩌면 국가적 정체성의 기반마저 잊은 모양이 될 수도 있다. 지난해 8월 인도네시아 부톤섬에 사는 인구 6만여명의 찌아찌아족이 토착어를 표기할 문자로 한글을 공식 도입해 쓰기 시작한 우수한 우리의 문자다. 한글날을 앞두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공기업들이 솔선해서 '국어사랑이 나라사랑'이라는 사실을 실천했으면 좋겠다.
무분별한 외래어 CI 자제를
입력 2010-10-06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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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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