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기성세대들이 학부모가 된 현재,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5일 전국 최초로 학생인권조례를 공포했다.
조례는 ▲학교 내 체벌 금지 ▲강제 야간자율학습·보충수업 금지 ▲두발·복장의 개성 존중 및 두발길이 규제 금지 ▲학생 동의 아래 소지품 검사 ▲휴대전화 소지의 부분적 허용 ▲특정 종교행사 참여 및 대체과목 없는 종교과목 수강 강요 금지 ▲인권교육 의무화 및 학생인권옹호관의 설치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았다.
또 김상곤 교육감은 "인권조례 공포를 계기로, 어린이와 청소년의 삶과 배움의 현실, 그리고 우리 교육 전반에 대한 지성적 성찰과, 사회적 대화가 시작되기를 바란다"며 "인권과 교육, 학생인권과 교권을 대립적인 것으로 보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학생들은 스스로 인권보호 뿐 아니라 타인의 인권을 존중하고, 자유와 권리의 또 다른 이름인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교육현장의 체벌과 규제,일방적 지시와 강요 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온 기성세대에게 이번 학생인권조례는 격세지감(隔世之感)으로 다가왔겠지만 한발 물러서 냉철히 바라본다면 학생인권조례 제정의 취지를 설명한 김 교육감의 논리를 뒤집을 만한 논거는 없다.
다만 우리의 교육현장이 그동안 조례까지 제정할 정도로 자정과 개혁의 노력이 없었단 말인가 하는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을 뿐이다. 흔히 인간이 사회생활을 하는데 있어, 구속(拘束)되고 준거(準據)하도록 강요되는 일정한 행동양식을 규범(規範)으로 부른다. 또한 그 규범은 명문화 여부에 따라 도덕적 규범과 사회적 규범으로 나뉘게 되는데 이번 학생인권조례는 도덕적 규범을 넘어 명문화된 법적 규범으로 강제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법적 규범 이전에 교육계의 자정과 노력을 통해 도덕적 규범으로서 학생들의 인권이 보호됐었다면 더 없이 좋았을 것이다. 이밖에 학생인권조례는 김 교육감이 "학생 스스로 인권보호뿐아니라 타인의 인권을 존중하고 자유와 권리의 또다른 이름인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밝혔듯 학생을 교육의 객체가 아닌 교사와의 공동주체로 완전한 인격체로 대우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결국 학생을 완전한 인격체의 소유자로 교사가 성인을 교육하듯 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는 가뜩이나 교사에 대한 학생폭력사건들이 빈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사들이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예고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교육청은 지난 4월 무너진 교권을 회복하기위한 교권보호헌장을 발표하고 현재 후속작업을 진행중이다. 학생인권조례에 이어 얼마뒤 교권보호헌장까지 나온다면 교육의 공동주체인 교사와 학생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명문화된 틀이 교육계의 기준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그런데 학생 인권이 보호되고, 교권도 함께 보호받는 여건이 조성돼가고 있는 지금,학교 현장에 학문을 배우고 가르친다는 '교육'이 빠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