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7년 망명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1동 자택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사진은 지난 1997년 7월10일 안기부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황장엽씨. (사진=연합뉴스)

   10일 오전 숨진 채 발견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사망 원인은 무엇일까.
 
   황씨가 꾸준히 북한 암살조로부터 피습 위험에 놓여 있던 데다 이날이 공교롭게도 북한 노동당 창건일이지만 경찰은 타살 가능성이 전혀 없고 자연사 또는 돌연사한 것으로 잠정 결론 내리고 있다.
 
   경찰청 보안국 관계자는 "황씨가 기거하던 강남구 논현동 안가(安家)에 최고 수준의 경호 체제가 구축돼 있어 외부에서 침입했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황씨는 이날 오전 9시30분께 경호원들에 의해 안가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이후 119가 긴급출동해 오전 9시45분에 사망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경찰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황씨는 매일 오전 5∼7시 욕실에서 좌욕을 해왔으며, 이날도 보안요원들이 좌욕하러 들어간 황씨가 오랫동안 나오지 않아 확인을 하러 들어갔다가 숨져 있는 것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황씨의 안가에는 이날 오전 외부 침입 흔적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황씨가 사는 안가는 지상 2층의 단독 주택으로 담이 워낙 높아 일반인은 넘어갈수 없고, 건물과 담 사이에 고도의 훈련을 받은 맹견(猛犬)이 대기하고 있어 침입이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건물 내부에서는 각종 화기(火器)로 중무장한 20여명의 보안 요원이 돌아가며 황씨를 밀착경호하고 있으며, 외부에서 황씨가 보일 수 있는 창문은 방탄유리로 설치했다.
 
   황씨는 2층에서 잠을 자는데 취침할 때 보안 요원 1명이 같은 층에서 비상대기를 하며, 1층에서는 나머지 요원이 CCTV와 침입 센서 관제를 책임진다.
 
   더구나 황씨의 경호를 책임지는 경찰은 황씨가 지난 3월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뒤 암살 등 위험이 고조됨에 따라 경호 수준을 국무총리보다 높은 수준으로 높였다.
 
   경찰은 보안 요원들의 근무시간을 늘려 밀착 경호를 강화하고 화기의 화력도 보강했을 뿐 아니라, CCTV와 외부침입 센서의 수를 늘려 사각지대를 없앴다고 전했다.

 경찰은 황씨가 자살했을 가능성도 극히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부검을 하지 않아 확실하지 않지만, 평소 노환으로 체력이극도로 떨어져 있던 고인이 통일에 대비한 자신의 역할을 강조하는 등 강한 정신력을 보였던 점으로 미뤄 자살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황씨의 자세한 사망원인은 부검 결과가 나오면 좀더 상세히 밝혀지겠지만 현재까지는 자살이나 타살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