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돼지값이 오랫동안 바닥을 헤매는 것은 돼지사육 10년만에 처음 경험해보는 일 입니다.”

화성시 남양동 신남리에서 80마리의 돼지를 사육하고 있는 정정자(62·여)씨는 그동안 밀린 사료값을 마련하기 위해 8일 서울 농협축산물 공판장에 돼지 30마리를 내다 팔려다 터무니없는 시세에 놀라 아예 출하를 포기했다.

정씨는 “돼지값이 떨어진 이후 정부수매가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잠시 반짝 했던 돼지값이 다시 곤두박질 치는 것 같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가격하락에 따른 불안감은 양돈뿐만 아니라 양계농가들에게도 이미 엄습해 있는 만성적인 걱정거리다.

5만여마리의 닭을 사육하는 화성시 마도면 무림농원 주인 이지형(55)씨는 “최근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육계시세는 한때 ㎏당 300원까지 떨어져 최악의 상황이었던 13년전의 악몽을 떠올리게 했다”며 업계에 닥친 상황을 설명했다.

돼지는 3~4개월째 산지가격이 14만원대(100㎏ 기준)를 밑돌고 육계는 그나마 값이 회복돼 ㎏당 간신히 1천원에 턱걸이하는 등 생산비도 건지지 못하는 현상이 빚어지면서 축산농가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

특히 돼지사육마릿수가 지난해에 비해 3% 이상 증가, 사상최고치인 900만마리로 집계되고 있는 상황에서 양돈농가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사육마릿수 증가에 따른 물량부담은 성수기인 올 추석 명절대목에도 돼지값이 오르지않는 이상현상을 만들기도 했다.

사태가 악화되면서 정부수매 소문이 나돌자 산지가격은 한때 14만3천원(경기도 가격 기준)대로 반짝 오름세를 보이다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자 농가들이 크게 실망하고 있다. 실제 경기도를 제외한 전남, 경북, 경남, 충북 등 산지돼지 일자별 가격은 지난 6일을 고비로 소폭 하락하는 추세다.

육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추석을 전후해 ㎏당 400원대까지 가격이 급락하는 등 수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불황에 양계농가들의 걱정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최근 1천원까지 상승했으나 들쭉날쭉한 가격폭에 양계농가들의 불안감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씨는 “오르는 물가를 뻔히 쳐다보고 있으면서도 사료값과 인건비를 건질 걱정을 하는 처지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이같은 불황이 당분간 지속된다면 많은 축산농가들이 오래 버티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