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김선회기자]수원을 비롯해 경기도 곳곳에 대학병원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바야흐로 대형 병원들의 춘추전국시대가 된 것이다. 이런 와중에 '어려운 환자들에게 의료 혜택을 베푼다'는 병원 설립 이념을 묵묵하게 지켜나가면서 환자들에게 호평을 받고있는 병원이 있다. 바로 수원에 있는 '성빈센트병원'이다.

■ 수원시 최초의 대학병원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은 수원시 최초의 대학병원이다. 성빈센트병원의 역사는 이 땅의 어렵고 가난한 이들을 위해 무료 병동을 갖춘 자선진료소를 운영한 개원 초기부터 시작된다.


6·25전쟁이 끝난 지 10년이 조금 지난 1963년. 우리나라는 주로 미국의 원조에 의해 겨우 전후 복구가 진행되는, 그야말로 모든 면에서 어려운 때였다. 수원지역은 수도 서울에서 불과 40여㎞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지만 병든 이를 치료할 수 있는 의료시설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한 실정이었다. 이때 독일 파데르본의 '성빈센트 드 뽈 자비의 수녀회'는 이곳 수원에 병원 설립을 계획하고, 1967년 6월 3일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을 개원했다. 개원 당시 외래진료는 진찰실, 대기실, 약국 등 시설을 갖추고 주 3회 1일 70~80명을 진료했으며, 입원 진료는 25병상 규모로 운영됐다.

성빈센트병원에서 실시하는 자선진료가 가난한 이들로 하여금 병을 고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는 소문이 널리 퍼짐에 따라 경기도 전체뿐만 아니라 강원도, 경상도, 충청도, 전라도 등 전국에서 환자들이 몰려들기도 했다.

■ 최첨단 건물과 장비를 갖춘 병원으로 거듭나

이처럼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 성빈센트병원은 환자들의 몸과 마음이 모두 치유될 수 있는 공간을 생각하며 지난 2007년부터 만 3년간 병원 외벽을 시작으로 병동, 외래진료실, 응급의료센터, 로비, 중환자실 등의 리모델링 공사를 순차적으로 진행했다. 재배치된 병원 로비, 외래진료실, 빈센트 갤러리 등은 방송계에까지 소문이 나서 얼마전 TV에서 방영된 '나는 전설이다', '공부의 신' 등 유명 드라마의 촬영장소로 활용되기도 했다. 병원 리모델링과 함께 주차난을 해소하기 위해 현재 주차타워가 건설중이며 이것이 11월말에 완공되면 내원객들이 보다 편안하게 주차를 할 것으로 병원측은 내다보고 있다.


이와 함께 대대적으로 의료장비를 보강해 눈길을 끈다. 병원측은 최근 MRI 장비 중 가장 최신형 장비인 '3.0T 마그네톰 베리오'를 도입해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번에 도입한 장비는 원통형으로 설계돼 복부, 유방 검사와 같은 넓은 부위의 검사에도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으며, 기존 장비에서 판별되지 않던 미세한 혈관도 촬영해 심장 및 뇌혈관 질환 진단에 유용하다.

이밖에 지역 주민들에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첨단 암 치료기인 '토모테라피'를 국내에서 4번째로 도입·가동하고 있고, 모든 암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PET-CT, 초고속 64채널 CT 등을 가동하고 있다. 또 심리학적, 신학적, 인간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환자들을 육체적 치료뿐만 아니라 정신적, 영적 보살핌을 위한 임상사목교육센터를 국내병원 최초로 운영하고 있다.

■ 성빈센트 병원에 대한 대내외적 평가

성빈센트병원은 최근 보건복지부로 부터 중증외상 특성화센터로 지정됐다. 이는 응급환자 발생시 전문 진료를 신속히 받을 수 있는 치료체계를 구축하고 중증 응급환자 사망률을 선진국 수준으로 낮추고자 마련된 것으로 복지부의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한 것이다. 또 2009년 수술의 예방적 항생제 사용 평가 결과에서 최고 등급인 '1등급'을 획득하기도 했다. 위 수술, 대장수술, 담낭수술, 자궁적출술, 제왕절개 수술시 항생제를 안전하게 사용하고 있음을 인정받은 것이다.


얼마전에는 수원시 최초로 미국심장학회와 대한심폐소생협회가 인증한 '심폐소생술 교육기관'으로 지정받았다. 병원은 앞으로 향후 지역내 의료기관 종사자, 구급대원, 양호교사, 대학생, 일반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진 심폐소생술교육'과 '일반인 심폐소생술교육'을 시행할 계획이다.

지난 6월 12일에는 세계적인 임상연구심의위원회 인증기관인 AAHRPP로 부터 전면 인증(Full Accreditation)을 획득했다. AAHRPP는 비영리 임상연구 피험자 보호 인증협회로서, 임상연구를 수행하는 기관과 연구진이 윤리적이고 과학적인 연구를 수행하면서 연구에 참여하는 피험자의 권리와 복지를 보호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피험자의 인권과 관련이 있는 만큼 AAHRPP에서 제공하는 인증은 기준이 매우 엄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인터뷰 / 강용구 의무원장

병원비용 부담은 줄이고… 차별없이 질높은 서비스

"치료를 잘하는 병원, 더 나아가 지역사회에서 꼭 필요한 병원, 환자를 가족처럼 돌보는 병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싶습니다."

현재 수원을 비롯해 도내에는 대학병원들이 새롭게 생겨나고 병원들간에 점점 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구도 가운데 강용구 성빈센트병원 의무원장은 다른 대학 병원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병원을 꼭 '경제의 논리'로만 운영하지 않겠다는 뜻을 확실히 했다.

"우리 병원은 남들이 갖고 있지 않은 정신, 바로 '사랑'과 '자비'를 실천하는 빈센트 성인의 정신을 갖고 있습니다. 만약 수익을 목적으로 했다면 암환자를 지원하는 호스피스 완화병동처럼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분야의 치료 공간과 시설을 확대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대형 병원들이 경제적인 논리로만 접근할 경우 결국 환자들에게 피해가 갑니다. 실제로 성빈센트병원은 미얀마 해외 의료봉사, 지역주민들을 위한 무료 진료 등의 사업을 꾸준히 펼치고 있어 환자들에게 호응을 받고 있습니다."


현재 성빈센트병원은 3차 의료기관으로 전환 신청을 하지 않고 계속 2차 의료기관을 고집하고 있다. "지금도 3차 병원으로 갖춰야 할 요건 등을 충분히 갖추고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우리 병원 설립 이념 때문입니다. 그것은 훌륭한 의료진과 첨단장비 등으로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를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차별없이 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저희가 3차 병원으로 간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환자들의 병원비 부담은 더욱 가중되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저희는 의료서비스는 3차 병원의 의료 수준으로 하되 병원비는 2차 병원 수준으로 하겠다는 것입니다."

강 의무원장은 앞으로 외국인 환자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도 많은 신경을 쓸 계획이라고 했다. "저희 병원은 해외환자 방문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6월 국제진료센터를 신설하고 외국인 전담 인력을 배치,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엔 카자흐스탄과 러시아 하바롭스크 등을 직접 방문해 병원을 알리는 해외의료설명회에 참가했습니다. 그 결과 중국, 태국, 러시아 등에서 환자들이 방문하고 있습니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병원의 신뢰도를 바탕으로 앞으로 외국인 환자를 위한 제도적 시스템을 재정비해 체계적인 전략을 수립할 것입니다."

※ 성빈센트병원 http://www.cmcvincen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