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셋값이 강세를 보이면서 일부 지역의 소형 아파트 매매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전셋값이 2년 전에 비해 크게 오른데다 물건마저 품귀현상을 빚으면서 전세 대기 수요가 매매로 돌아서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중이 높은 곳은 전용면적 85㎡ 이하 소형의 급매물이 팔리고 일부 아파트는 호가도 상승하는 추세다.

   그러나 매매가격이 높은 지역은 여전히 소형 아파트에 조차 매수세가 붙지 않고 있어 본격적인 집값 상승세로 이어지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12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 일대 중개업소에 따르면 최근 소형 아파트 급매물이 거의 소진되면서 보람아파트 매매가가 2천만~3천만원 정도 올랐다.

   한달 전 3억1천500만원에 거래된 이 아파트 109㎡는 최근 싼 매물도 3억3천만~3억4천만원으로 올랐고, 93㎡는 2억6천500만원에서 2억8천만~2억9천만원으로 뛰었다.

   이 아파트 93㎡의 경우 한 두달전 1억1천만원하던 전셋값이 현재 1억4천만~1억5천만원으로 3천만원 이상 급등한 것이 매매가 상승의 원인이다.

   P공인 중개업소 대표는 "전셋값이 2천만~3천만원식 오르고 물건도 귀해지자 돈을 좀 더 보태 집을 사려는 수요가 나타나고 있다"며 "최근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조치도 매수 전환에 한 몫 거들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꿈쩍않던 관악구 봉천동의 소형 아파트도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관악 현대아파트 79㎡는 최근 1층짜리가 2억3천만원, 106㎡는 3억6천500만원에 팔렸다.

   H공인 관계자는 "전세는 귀한 반면 매매가는 약세여서 급한 사람들은 전세 대신 매수세로 돌아섰다"며 "다만 급매만 거래될 뿐 호가가 높은 것은 여전히 외면받는다"고 말했다.

   또 서대문구 충청로3가 충정로대림리시온은 인근 삼성아파트 전세가 부족해지자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 아파트에 매수자들이 건너오면서 소형 매매가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성동구 옥수동 극동그린 82㎡는 지난달 말 3억7천만원이던 것이 현재 3억8천만원으로 올랐다.

   경기도도 마찬가지다. 광명시 하안동 광명e편한세상 센트레빌 84㎡는 지난달 말 3억5천만원에서 현재 3억5천500만원으로 500만원 뛰었다.

   남양주 평내동 우남퍼스트빌 109㎡도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지난달 말에 비해 500만원, 평택시 안중읍 현대홈타운3차도 같은 기간 200만~300만원 정도 각각 상승했다.

   전세물건이 귀하다보니 월세 수요도 늘어나는 추세다.

   상계동 S공인 관계자는 "전세는 집 수리가 잘 돼 있으면 1천만원 올려받아도 금방 계약이 될 정도"라며 "전세 찾기가 어려워지자 월세 물건까지 빨리 소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세수요가 매매수요로 돌아선 곳은 전셋값은 높지만 매매가격이 싼 지역이 대부분이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서울지역 평균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중은 40%인데 비해 서대문구는 49.9%, 관악구 47.6%, 노원구는 44.8%에 달한다.

   평택시와 광명시 역시 각각 56%, 49%로 경기지역 평균(43.7%)을 크게 웃돈다.

   부동산114 김규정 본부장은 "매매가 대비 전세 비중이 높은 곳은 대출을 덜 받고도 갈아타기가 용이하기 때문에 매수세로 돌아서는 수요도 상대적으로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형 매매가 상승세가 다른 지역이나 중대형으로 확산될 지는 미지수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전셋값 비중이 낮은 곳은 여전히 매수 문의가 뜸하고 가격도 약세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규정 본부장은 "최근 집값 약세의 가장 큰 원인은 집값 상승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라며 "올해 전세 시장의 가을 성수기가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특별한 재료가 없는 한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