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그룹의 비자금 및 정ㆍ관계 로비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임병석(49) 회장이 수사 개시 이틀 만에 구속됨에 따라 검찰 수사가 순풍에 돛을 단 듯 순항하고 있다는 게 검찰 안팎의 대체적인 관전평이다.

   재경 지검의 한 검사는 24일 "압수수색과 체포, 구속이 거의 동시에 이뤄지면서 증거를 인멸하거나 관련자들과 말을 맞출 가능성이 없어져 수사가 더 쉽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형 비리사건은 핵심 피의자의 구속 여부가 수사의 성패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일단 구속 상태에서는 변호사의 조력 등 적극적인 방어권 행사가 제한되는데다, 피의자의 `심리적 중압감'이 불구속 상태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져 자백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찰은 핵심 피의자를 구속하는데 성공하면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서 후속수사를 진행할 수 있게 돼 수사가 '칠부능선'을 넘은 것으로 본다. 이와 반대로 구속하려던 피의자를 법원의 영장기각으로 석방하게 되는 경우 수사는 큰 차질을 빚게 된다.

   성공적인 구속수사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정ㆍ관계에 뇌물을 살포한 혐의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구속기소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을, 구속 실패로 수사가 난관에 봉착한 사례는 세무조사 무마로비 청탁을 한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이 기소한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을 꼽을 수 있다.

   대검의 한 검사는 "통상 비리사건을 맡은 수사팀은 구속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핵심 피의자를 구속하는 데 '화력'을 집중한다"며 "이 때문에 구속과 함께 수사가 종결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이를 고려하면 압수수색과 동시에 임 회장을 전격 체포한데 이어 이틀만에 구속까지 성사시킨 이번 중수부 수사는 절처한 사전준비 덕분에 전례없이 성공적인 출발을 했다고 할 수 있다.

   한 지검 검사는 "압수수색하는 당일 임 회장을 체포한 것으로 봐서 중수부가 은밀하게 내사를 다 해놓은 상태에서 전격적으로 터뜨린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초반 수사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냄으로써 이후 수사에 대한 기대감도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이 수사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검찰은 임 회장의 개인 비리나 C&그룹의 기업비리에 대해 이미 상당한 물증을 확보하고 수사에 들어갔기 때문에, 앞으로 압수수색 물품과 참고인 조사에서 추가되는 증거나 혐의를 바탕으로 조만간 표적을 금융권과 정치권으로 옮길 것으로 확실시된다.

   대검 관계자는 "향후 수사의 진행 속도는 임 회장의 입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며 "드러난 범죄 혐의를 인정한다면 수사에 속도가 붙으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겠지만 버틴다면 보강 조사와 추가 증거 확보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