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기자가 본란에 쓴 '서울에 인천학사를 짓자'라는 제목의 칼럼 일부다. 글이 나가자 '공감한다'는 반향이 꽤 있었다. 그러나 그 때 뿐이었다. 아쉬움에 기회 있을 때마다 떠들고 다녔다. 공감을 하면서도 힘을 보태는 사람은 찾기 힘들었다. 우리가 살아온 인천이, 구성원들을 그렇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기성세대가 자식들을 위해 해 줄 의미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시장의 시정방향이 거기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 망설이는 모습들이었다.
6·2지방선거에서 시장이 바뀌자 반갑게도 인천학사 건립 논의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엉뚱한 곳에서 관심을 나타냈다. 시금고 경쟁에 나선 한 은행 간부다. 인천시에 시금고 수주를 위한 사회공헌프로그램의 하나로 인천학사 설립을 제안하고 싶다며 도움을 청했다. 반가운 마음에 흔쾌히 응했다. 광주·전남 장학사인 남도학숙의 시설수준인 800여명 수용에 지하 3층, 지상 11층 건물의 공사비를 전문가에게 의뢰해 따져보니 300억원가량이었다. 난색을 표했다. 시금고를 맡은 은행 한 곳에서 감당하기에는 액수가 너무 크다는 이유였다. 그를 설득했다. 시가 나서고 시민들이 모금운동을 하면 더 큰 반향을 불러올 수 있는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이런 논의와 별개로 인천시 경제수도본부가 '2014 인천비전'의 실천계획으로 '기숙형 인천영재관 설치운영 기본계획'을 마련해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시는 2012년 3월 새학기 개관을 목표로 인천학사 설립 논의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형편없는 인천 학력이 도마에 오를 때마다 교육청에서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말이 있다. 우수한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이 인천의 중학교와 고등학교로 진학하지 않고, 서울의 여의도나 목동으로 전학 가버리는 심각한 인재유출이 원인이라는 답변이다. 그러나 인천인재들의 더욱 심각한 인천탈출에는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서울의 대학에 합격한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인천을 탈출하거나 인천탈출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인천에서 통학을 시키자니 지하철로 오가며 아까운 시간을 너무 허비하고 파김치가 돼버리며, 학교앞에 자취나 하숙을 시키자니 돈은 많이 드는데 자녀들의 생활이 말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통학거리인 인천에 산다는 이유로 대학측이 인천출신에게는 기숙사를 배정하지 않는다. 서울의 명문대에 재학생을 둔 학부모 가운데 신림동이나 목동, 강남으로 뒤늦게 이사를 가 아버지만 인천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인천을 새롭게 알고 인천친구들과 네트워크를 만들기도 전에 인천과 이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에 장학사를 모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강원도(강원학사 수용인원 265명)와 광주·전남(남도학숙 810명)은 말할 것도 없고 경기도장학관(336명), 전북학사(308명), 충북학사(270명), 제주 탐라영재관(300명)을 부러워만 하지 말자. 늦었지만 멋진 장학사를 지어 인천의 인재들을 키워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