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김문수 경기도지사가 25일 학교용지매입비 문제와 관련해 전임 지사들 책임론을 거론하고 나섰다. 도내 기초의회 의원대상 정책설명회 자리에서 "도가 경기도교육청에 지급하지 않은 학교용지부담금이 1조원이 넘는데, 모두 전임 지사들 재임 당시 발생한 것으로 내가 취임한 민선 4기와 5기에는 미지급금이 없다"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김 지사는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야당이 골프장 승인 문제와 영어마을 부실 운영에 대해 추궁하자 현 민주당 대표인 손학규 전 지사 시절에 발생한 일로 책임을 미룬 바 있다.

물론 사실을 놓고 시비를 가리자면 전임지사들에게 얼마든지 책임을 물을 수 있다. 96년부터 누적된 학교용지매입비 미지급금 문제는 부채를 잔뜩 키워놓은 전임 지사들의 책임이 적지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과거의 보수성향 교육감과 달리 새로운 진보성향 교육감은 말로 해 볼 여지없이 미지급금 완납을 독촉하는 만화홍보 공세까지 펼치니 답답하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김 지사의 '전임 탓'은 책임을 따지자기 보다는 수습에 분주한 자신의 딱한 처지를 강조한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김 지사가 주요 현안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기 보다는 전임 지사들을 자주 거론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특히 그가 차기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지도자 그룹에 포함된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지도자는 갈등을 수렴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결단을 하는 사람이다. 시비곡직을 일일이 따지는 일은 아랫사람들의 몫이다. 따지기 좋아하고 책임지울 대상을 끊임없이 탐색하던 사람들이 결국 큰 싸움에서 실패한 사례는 최근에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또한 지도자는 무한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아닌 말로 김 지사가 도지사직에 도전했을 때 파악한 경기도 현안 중 문제의 현안도 충분히 있었을 것이다. 지도자는 이를 해결하려 도전하는 사람이지 전임의 책임을 묻는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지도자는 정적과 말로 대립하는 사람이 아니라 민심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민심은 굼뜨지만 결국 진실을 알아준다고 믿는 사람이 지도자다. 김 지사가 커다란 포부를 가졌다면 전임 지사를 거론하는 일과 같이 지엽말단에 집착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