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그룹의 비자금 및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김홍일 검사장)는 29일 C&그룹이 우리은행에서 2천억원대의 특혜성 대출을 받는 과정에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지낸 박병원(58)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정황을 잡고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검찰은 박 전 수석이 우리은행에 기업대출을 청탁했다는 의혹을 조사한 감사원의 감사자료 일체를 넘겨받아, 그가 C&그룹의 대출에 어느 정도 개입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박 전 수석에 관한 감사원 자료에는 2008년 C&중공업과 C&구조조정이 신청한 700억원대의 대출을 우리은행의 여신심사업무 담당자가 대출심사의견서를 허위로 작성해 승인받게 해줬다는 내용이 담긴 2건의 보고서가 포함돼 있다.

   C&그룹이 조선사업에 뒤늦게 뛰어들어 자금난에 시달리던 때인 2007년 3월부터 2008년 5월까지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지낸 박 전 수석은 재직 당시 우리은행 고위관계자에게 특정 기업에 대한 대출이 쉽게 이뤄질 수 있게 부탁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작년 3월 감사원 조사를 받았다.

   감사 결과 박 전 수석은 한미캐피탈 인수와 컨설팅용역업체 선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고, 그는 감사가 시작되기 두달전 청와대를 떠났다. 감사원은 C&그룹에 대한 우리은행의 불법대출과 박 전 수석의 연관성을 밝히지 못한 채 용역업체 등 확인한 사항만으로 고발했으며, 검찰은 그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했다.

   검찰은 2004~07년 우리은행장과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겸직한 황영기(58) 전 회장이 2004년 C&그룹이 대구 건설업체인 우방(현 C&우방)을 인수할 때 우리은행의 사모투자펀드(PEF)를 통해 420억원을 지원하도록 한 경위도 조사 중이다.

   우리금융그룹의 한 핵심 관계자는 "C&그룹 대출과 관련해 박해춘(62) 전 행장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C&그룹을 우리은행의 거래처로 끌어들인 것은 황 전 회장"이라며 "당시 자금난을 겪던 무명의 C&그룹을 다른 은행들이 쳐다보지 않을 때 우리은행이 손을 잡아줘 뒷말이 무성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C&그룹에 대한 우리은행의 특혜대출 과정에 박 전 수석과 황 전 회장이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이들의 소환조사를 검토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대출 당시 박 전 행장과 동생 박택춘(60) 전 C&중공업 사장이 현직에 있었던 사실과 대출 과정에 우리은행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확인하고 박 전 사장과 관련 직원들을 불러 조사한데 이어 박 전 행장의 소환 일정도 조율 중이다.

   이날 검찰은 구속된 임 회장과 삼촌인 임갑표(62) 수석부회장을 비롯해 기업 인수ㆍ합병(M&A) 등에 주도적으로 관여한 그룹 전ㆍ현직 임원 10여명을 다시 불러 자금 조달 경위 등을 추궁하는 한편, 임 회장이 광양예선과 남부아이앤디 등 그룹 외곽의 관계사를 이용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