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본입찰이 열흘 남짓 앞으로 다가오면서 인수 의향서를 낸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간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본입찰 평가기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채권단은 인수 가격을 가장 중요한 평가 요소로 삼되, 비가격 요소도 고려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방침이어서 비가격 요소가 인수전의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 왼쪽부터 현대기아차,현대건설, 현대그룹 빌딩. (사진=연합뉴스)

   ◇"비가격 요소도 반영"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채권단은 오는 11월12일 본입찰이 다가옴에 따라 평가기준을 가다듬고 있다.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가격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가격만 볼 수는 없고, 국가 전체적인 산업 측면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 사장은 "현대건설을 인수해서 잘 키워나갈 수 있는 곳이 어디인가를 볼 것"이라며 "경영능력과 자금력 등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채권단은 비가격 요소로 경영능력 이외에 ▲자금조달 방법 ▲기여도 ▲도덕성 ▲시너지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인수자금 조달을 어떻게 했는지 따져 인수에 성공한 업체가 유동성 위기에 몰리는 '승자의 저주'가 재현되는 것을 막겠다는 구상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인수 이후에 현대건설뿐 아니라 인수자에게도 부담되지 않는지 등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기여도는 인수 후보들이 현대건설 정상화에 얼마나 많은 기여를 했는지 보겠다는 것이다. 기여도를 평가하는 시점은 2001년 현대건설이 채권단 공동관리체제로 들어간 이후부터로 잡고 있다.

   도덕성 부분은 경영 부실의 책임이 있는 옛 사주가 다시 현대건설을 인수하는 게 과연 적절한가라는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에 관한 것이다.

▲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은행권 관계자는 "회사에 손실을 끼친 대주주가 손실을 분담하지 않고 다시 회사를 인수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판단"이라며 "그러나 옛 사주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논란이 있을 수 있고 채권단이 이미 두 그룹의 입찰 참여를 배제하지 않았기 때문에 두 그룹간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은 비가격 요소에서 큰 차별이 있으면 앞으로 논란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인수전의 향배를 가를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에 대해 채권단 관계자는 "아직 비가격 요소를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않았다"면서 "본입찰이 임박하면 평가 기준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매수청구권 수용은 `부정적'
   현대그룹이 요청한 우선매수청구권을 채권단이 수용할지도 관심사다.

   현대그룹은 정몽헌 회장의 사재 출연 등을 근거로 현대건설 경영정상화에 기여했다며 현대건설을 먼저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이에 대해 채권단은 "(수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채권단 내부에서는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외환은행이 법적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현실적으로 좀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통상 우선매수청구권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돌입할 당시 양측간 합의를 통해 주는 것인데, 인수전이 시작된 지금와서 달라고 하면 다른 기업과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현대건설 매각을 위한 본입찰 마감이 보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현대증권 노조가 지난 10월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현대증권 앞에서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실탄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28일 3분기 실적발표를 하면서 현금성 자산이 8조580억원으로, 이 가운데 장단기 차입금 2조1천530억원을 제외하면 순현금은 5조9천50억원이라고 밝히며 자금력을 과시했다.

   현대그룹도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을 통해 주주배정 방식으로 모두 3천967억원의 유상증자를 하고 부산신항만 지분매각(2천억원), 하역장비 임대(430억원) 등을 통해 총 1조원 가량을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