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임승재·김성호기자]북방한계선(NLL)을 무단 침범한 중국 어선들의 불법 쌍끌이 조업으로 인천 백령도와 대·소청도 인근 해역에 어민들이 설치해 놓은 꽃게잡이 어구 상당수가 분실되고 파손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서해5도 어민들은 해군과 해경이 제대로 단속을 안하고 정부는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어 피해를 키웠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1일 옹진군과 서해5도 어민들에 따르면 지난달 17~18일, 25~26일 사이 기상 악화로 백령도와 대·소청도 앞바다로 피항했던 중국 어선 150~200여척이 돌아간 뒤 이 해역에 설치된 꽃게잡이 통발 등 어구 대부분이 사라지거나 훼손됐다.
하루 아침에 감쪽같이 사라진 어구들은 꽃게잡이 통발 360틀(대청도 282틀, 백령도 78틀), 홍어잡이 낚싯줄 160바퀴(대청도) 등으로 피해 추정액이 무려 5억7천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옹진군은 파악했다. 하지만 이 금액은 어구 설치 비용을 근거로 산정한 것이어서 피해액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소청도 어민 김모(49)씨는 "조업하러 나갔던 어민들이 '어구가 몽땅 사라졌다'고 무전을 치며 아우성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난생 처음 있는 일이다"면서 "어구를 모두 잃어버린 어민들은 전부 굶어죽게 생겼다"고 걱정했다.
백령도에서 꽃게잡이 조업을 하는 김모(51)씨는 설치한 통발 6개 가운데 2개를 잃어버렸다. 김씨는 "통발 하나를 설치하는데만 100만원이 든다"며 "통발 값은 둘째치고 조업을 못해 발생하는 피해가 더 크다"고 토로했다. 그가 통발 1개로 잡는 꽃게는 하루 평균 50㎏ 정도다. 현 시가를 감안할 때 매일 70만~80만원의 손해를 보는 셈이다.
대청도 어민 이모(54)씨는 "중국 어선들이 (강풍)주의보가 났을 때 피항을 핑계로 들어왔다가 나가면서 쌍끌이 조업을 한 것이다"며 "제대로 대처를 못한 해군과 해경의 책임도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령도와 대·소청도 어민들은 피해 보상과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해상 시위까지 계획하고 있다.
중국어선들이 소청도 앞바다로 피항한 지난달 25일 오후 3시50분께 해경은 경비정을 급파했고 해군에 지원을 요청해 26일부터 군·경 합동 작전을 폈다. 하지만 중국 어선들이 통제선을 완전히 빠져나간 것은 이틀이 지난 27일 오후 5시20분께였다.
해경 관계자는 "당시 강풍주의보로 파고가 높았던데다 소수 경비함으로는 작전을 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현재 옹진군은 청와대와 농림수산식품부, 해경, 제2함대 등에 불법 조업 방지 대책과 단속 강화를 요청하고 피해 어민들과 간담회를 갖는 등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