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8일 발표한 2011년도 서울시교육청 예산안은 전적으로 무상교육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학부모의 어깨에 짊어진 짐을 덜어주고 학교가 책임지는 교육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담아내려 한 흔적이 곳곳에서 보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이쪽 사업비를 빼다 저쪽에다 메우는 식의 예산 배분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무상' 붙은 항목 대부분 증액 = 이날 발표된 예산안을 들여다보면 우선 무상급식, 유아학비, 학습준비물, 학교운영지원비 등 교육복지 관련 사업 예산이 올해(522억원)보다 4배 가까이 증가한 2천490억원으로 책정됐다.

   구체적으로는 무상급식 1천160억원, 유아학비 752억원, 특성화고 무상교육 425억원, 학습준비물(서울시 일부 지원 전제) 138억원, 중학생 학교운영지원비 245억원등이다.

   무상급식 예산이 올해와 비교할 때 600억원 이상 증가하는 등 대부분의 무상교육 사업 예산이 대폭 증액됐다.

   특성화고 무상교육 등은 정부 차원에서 신규로 운영되는 사업이다.

   이에 따라 무상교육 예산이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0.8%에서 내년3.8%로, 인건비 등 경직성 예산을 제외한 총 사업경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3.
8%에서 내년 17.5%로 늘게 됐다.

   ◇'혁신학교' 예산 91억원 눈길 =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예산이 증가한 점도 이번 예산안의 특징이다.

   시교육청은 낙후지역 학생에게 실질적 교육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교육복지 특별지원 프로그램 운영 예산을 올해보다 96억원 증액된 435억원으로 확정했다.

   또 서민과 중산층, 다자녀 가정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소득 하위 70% 수준 이하 가구에 지원하는 유아교육비를 작년보다 51.4% 늘어난 750억원으로 책정했다.

   시교육청은 "올해까지는 유아교육비를 소득수준별로 차등 지급해왔는데 내년부터는 소득 하위 70% 수준 이하 가구의 만 3~5세 장애 유아 전체에 학비, 급식비, 종일반비 등을 차등 없이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학습부진 학생 책임지도를 위한 비용을 62.4% 증액한 214억원, 초등학교 돌봄교실 운영지원비를 38.9% 증액한 102억원, 서울형 혁신학교 운영비용(신규)으로 91억원을 책정한 점 등도 이번 예산의 주요 특징이다.

   곽 교육감은 예산안에 대해 "주민참여 예산설명회와 온라인 설문조사를 거쳐 시민, 학생, 학부모, 교사 등이 제시한 요구를 바탕으로 만든 것"이라며 "학부모의 부담을 대폭 완화하는 예산안"이라고 자평했다.

   내년도 예산안이 이처럼 교육복지 확대, 교육격차 해소에 방점이 찍혀있는 것은'평준화 교육'을 기치로 내걸고 당선된 곽 교육감의 교육철학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노후시설은 어떡하라고? = 그러나 열악한 학교에 주로 지원돼온 시설보수비 등이 대폭 삭감됐다는 점에서 결국 '제로섬 예산안'이 아니냐는 비판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시교육청은 무상교육 사업 확대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노후학교들의 화장실 개보수, 창호공사 등 시설 보수비용 1천억원 등을 포함해 학교시설비 1천800억원을 삭감했다기 때문이다.

   시교육청은 이에 대해 "기존 시설비용 단가를 낮출 수 있고 내년 초에는 시민감시 시스템 구축을 통해 시설비를 더 줄일 수 있다"며 "무엇보다 학교 현장이 (교육 프로그램보다는) 시설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돼왔다"고 설명했다.

   시교육청은 내년에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부족한 시설비를 보충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