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천 중리초등학교 학생들이 방과 후 수업인 리듬밴드 연습실로 사용하고 있는 70년대 지어진 슬레이트 건물 내부 모습. 낙서로 얼룩지고 벽지가 뜯어진 벽체와 낡은 장판이 깔린 교실 바닥이 폐허를 방불케 한다.

[경인일보=포천/최원류기자]한쪽 귀퉁이가 주저앉은 복도,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천장…. 21세기 교육 현장으로는 믿기지 않는 열악한 환경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학생들이 있다.

지난 3일 오후 3시 포천시 관인면 중리에 위치한 중리초등학교. 포천 시내에서 차로 1시간가량 떨어진 학교로 가는 길은 가을날씨에 한탄강과 색동옷을 입은 주변 풍경이 어우러져 멋진 경관이 연출됐다. 학교는 산과 농경지로 둘러싸인 전형적인 농촌학교였다. 그러나 학교 안으로 들어서자 겉에서 보았던 평온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장판이 깔린 마루 복도는 한쪽 귀퉁이가 주저앉았고, 복도 천장은 아래로 내려앉아 금방이라도 무너질 태세였다. 손가락이 들어갈 만큼 틈이 벌어진 나무 창틀은 창문을 여닫을 수 없어 바람이 '숭숭' 들어왔다.

방과후 수업을 하는 교실은 더 심각했다. 음악수업을 하는 곳은 컨테이너로 지어졌고, 리듬밴드 연습은 벽지가 찢어져 폐허를 방불케 하는 슬레이트 지붕의 건물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학교 관계자는 "마땅한 공간이 없어 컨테이너로 교실을 만들어 음악수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운동장은 한술 더 떴다. 오래된 체육시설은 여기저기 녹이 슬어 고철이나 다름없었고 운동장이 학교 뒤편 마을 통행로로 사용되면서 학생들은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교사용 관사도 엉망이었다. 전교생 47명의 이 학교는 학교장을 비롯한 교직원 모두가 관사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70년대 건축된 관사는 바닥 콘크리트가 벗겨져 난방용 배관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고 방바닥에 물이 스며들어 전기난로조차 사용할 수 없었다.

이 학교 이종수 운영위원장은 "대한민국에 교실이 없어 컨테이너에서 수업을 하고 복도와 현관을 막아 도서관으로 사용하는 학교는 여기밖에 없을 것"이라며 "상황이 이런데도 교육 당국의 지원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 포천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중리초의 경우 정원이 60인 이하로 통폐합 대상이다 보니 예산지원 순위에서 밀려 지원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