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24일 중앙아메리카 힐튼 마이애미 에어포트호텔 컨티넨탈 볼룸.
수원시 관내 7개 중소·벤처기업들로 구성된 중남미시장개척단 일행에 참여한 S 벤처기업 T사장은 5천400만달러가 넘는 계약을 체결해 놓고도 얼굴이 굳어있었다. 막상 계약은 해놓았지만 이행하는 데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벤처기술평가 우수기업인 이 회사는 기술개발에 30억원정도를 쏟아부어 선진국보다 5년이나 앞선 기술을 개발했다.

그러나 결국 이 회사는 380%라는 높은 부채비율 때문에 수출용 샘플제작과 양산체제구축을 위한 10억~20억원의 필요자금을 구하지 못해 계약을 지키지 못했다.

외국바이어들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자금을 구하지 못해 계약이 파기된 경우로 벤처기업 자금난의 대표적인 사례중 하나다.

벤처기업들을 대상으로 애로사항을 조사하면 '애로사항 1위'는 언제나 '자금난'이다.

대부분의 벤처기업들이 연중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는 말이다.

2002년 9월말 현재 경기도와 인천지역의 벤처기업수는 각각 2천298개와 460개로 전국 9천570개의 24.0%와 4.8%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이들 벤처기업의 주요 자금공급원은 벤처캐피탈회사다.

그렇지만 벤처캐피탈회사의 대부분이 서울에 소재하면서 주로 서울 소재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투자활동을 전개하고 있어 경기·인천지역 벤처기업들은 투자자금 조달에 애로를 겪고 있다.

지난해말 현재 창업투자회사 144개중 128개가 서울에 소재하고 있으며 창업투자조합중 경기·인천지역 벤처기업 전문 창업투자조합은 16개로 전체 조합수(359개)의 4.0%에 불과하다.

지난해 서울은 벤처기업수 비중(전국의 46.9%)에 비해 투자액 비중(65.7%)이 높았다.

경기도는 지난해 벤처기업수가 21.3%(인천 5.1%)의 비중을 차지한데 비해 투자 비중은 19.5%(인천 1.9%)로 낮았다.

또 지난 1999년은 경기지역 벤처기업수 비중이 22.8%(인천 6.8%) 인데 비해 벤처 투자비중은 21.2%(인천 2.2%)였으며, 2000년도는 벤처기업수 비중과 벤처 투자비중이 각각 20.2%(인천 5.6%)와 18.1%(인천 2.0%)였다.

경기·인천지역은 이처럼 벤처기업수의 비중에 비해 투자 실적이 항상 낮게 나타났다.

이는 결국 경기 벤처발전을 위해서는 경기·인천지역에 뿌리내린 지역밀착형 벤처금융육성이 시급하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는 셈이다.

관계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벤처기업과 투·융자기관간 상호연결 및 원활한 협력기반구축 ▲안양 성남 부천 안산 등 벤처기업 집적지를 중심으로 한 창업투자회사 입지 유도 ▲지역밀착형 엔젤클럽 육성 ▲지자체와 지역 벤처기업 공동 벤처캐피탈회사 설립 검토 등 다양한 방안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