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김명래기자]인천시민은 무분별하게 진행되는 도로점용공사로 인해 안전도 위협받고 교통 체증까지 겪어야 하는 2중의 피해를 입고 있다. 도심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도시철도 2호선 공사 준공이 예정된 2014년까지 이 같은 현상은 계속될 수밖에 없지만, 인천시는 현실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2014년까지 지하철을 개통하겠다고만 할 뿐, 이 과정에서 생기는 부작용을 해소하려는 시도가 없다. 도로점용공사로 인한 시민 피해를 줄이기 위해 서울시의 사례를 본받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 교통 흐름은 경찰이 알아서?= 인천에서 도로 일부를 가로막고 공사를 하려면 관할 군·구청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 사업시행자가 제출한 사업계획서가 군·구 검토를 거쳐 인천시 도로관리심의위원회를 통과하면 도로공사를 시작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행정관청은 사업시행자에게 상하수도관·송유관 등 지하매설물이 파손되지 않도록 주의를 주거나, 공사가 끝난 후 아스팔트를 재포장하게 하는 일에만 신경을 쓴다. 공사 진행 기간에 교통 흐름을 원활하게 하거나 보행로를 안전하게 확보하는 세부 대책을 수립하는 일은 허가 조건에 포함되지 않는다. 도로관리심의위원회에서 교통소통대책을 심의한다고 하지만 형식적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인천 A구청의 도로점용공사 담당자는 "구청이 허가를 내면 사업시행자가 경찰과 협의해 교통대책을 수립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경찰이 교통 개선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교통신호체계 조정', '횡단보도 확보' 등 일부에 불과하다.

■ 자재 쌓을 장소까지 미리 확인하는 서울시= 서울시는 1999년 '도로공사장 교통 관리의 효율적 운영방안'을 마련했다. 도로법에 근거 규정이 없어 지자체가 교통소통대책을 수립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정부에 법 개정까지 요구해 관철시켰다. 이어 서울시는 2003년 '서울시 도로점용공사장 교통소통대책 조례'를 만들었다. 도로점용공사를 앞둔 사업시행자가 교통소통대책을 제출하면 교통소통대책자문회의에 상정해 심의한다. 점용기간이 20일이 넘는 도로공사는 모두 이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서울시 교통운영과 손창익 주무관은 교통분야만 따로 심의하는 이유에 대해 "이것을 안 하면 사업시행자들이 도로를 더 많이 막고, 더 오래 공사하려고 한다"며 "공사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교통소통심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도로점용공사 허가를 낼 때 공사 자재 적치 장소까지 확인한다. 아무 곳에나 공사 자재를 쌓아두는 행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또 임시보행로의 폭은 최소 1.5m 이상으로 하도록 요구하고, 공사 시간까지도 규제한다. 장애인과 노약자를 위해 임시 보행로를 개선하는 일까지 보완을 요청한 사례도 많다.

■ 관련 법규 제정 필요= 전문가들은 인천시가 '도로관리심의위원회 설치·운영 규칙'을 개정해 교통소통대책 심의를 강화하거나, '도로점용공사장 교통소통대책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지자체 중 도로점용공사장 교통소통대책 조례를 제정한 곳은 서울시를 비롯해 수원, 부천, 과천, 안산 등 10곳이 있다.

최근 '인천시 도로점용공사의 교통관리계획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를 낸 인천발전연구원 최병국 선임연구위원은 "기존 도로관리심의는 굴착, 지하매설물, 점용료 부과 등에만 초점을 맞춰 교통영향평가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지난해 서울시 교통소통대책 자문회의에 상정된 165건의 공사를 조사해 혼잡감소로 인한 비용을 경제적으로 환산하니 1천억원가량의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