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인수 (지역사회부장)
[경인일보=]최근 경인일보가 보도한 두 개의 기사에 정부여당의 '공정사회론'과 야당 및 진보교육감들의 '무상급식론'을 비추어봤다. 대원고속 보도의 핵심은 이렇다. 하남시 미사리 그린벨트에 수십년간 불법 주차장을 운영한 버스회사가 있었다. 그러다 국내 굴지의 운수업체인 대원고속이 2001년 이 버스회사를 인수한 뒤 불법 주차장을 그대로 사용해왔다. 이런 사실을 인근 마을 사람들은 수십년 동안 전혀 몰랐다. 대형버스들은 불법 주차장을 드나들기 위해 좁다란 마을 진입도로를 종횡무진하며 소음과 분진을 발생시켰다. 주민들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서도 시비할 생각조차 못했다. 불법인지 몰랐으니까….

물론 일부 주민들은 민원을 제기했다. 하남시가 대답했다. '현장에 나가 보니 분진을 방지하기 위한 시설이 설치돼 있고, 시설의 유지관리를 철저히 하도록 당부했다'는 식으로 말이다. 대원고속의 불법 사실을 고지하고 조속히 문제해결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마치 합법적인 시설에 대해 정상적인 행정지도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처럼…. 이런 사실이 보도되자 하남시와 대원고속의 답변의 요지는 이랬다. "불법인지는 알고 있지만 공영차고지가 부족하고 주민피해가 걱정돼 어쩔 수 없었다." 공영차고지 부족 문제는 그렇다 치고 주민피해란 무엇일까. 아마도 차고지가 없어 버스운행이 안 된다면 그 피해가 시민 전체에게 미친다는 변명일 것이다.

좋다. 시민 전체에게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다보니 불법이 불가피했고 소수의 피해는 어쩔 수 없다는 변명, 이해할 수 있다 치자. 그런데 공정하지는 않다. 주차장 주변 시민들도 그 주차장이 불법인지는 알았어야 했다. 문제의 주차장이 생긴지 수십년이 지났다 하니, 애초에 그 일은 관에서 특정 버스업체에 '불법'이란 특혜를 주었음이 분명하다. 그렇게 공정하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의 불법은 그 시절 사람들의 탓으로 돌릴 수 있다. 하지만 세대와 사회와 법규범이 그 시절로부터 일신된 지 오래다. 하남시는 진작에 이 같은 불법 사실을 시민들에게 공지하고 해결방안을 공론에 부쳐야 했다. 도처에 대원고속과 같은 사례를 남겨 놓고는 대통령이, 정부 여당이 강조하는 공정사회의 그물코를 짜기 힘들다. 행정이 국민을 속이고 기만해서는, 공정사회? 불가능하다.

편집국에 전송된 중리초등학교의 전경사진은 향수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아름다웠다. 하지만 학교의 속살을 마주한 앵글에는 비참한 장면이 담겨 있었다. 폐허와 같은 음악실 모습은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교사들이 묵는 관사는 더더욱 참혹해 학교에서 사진촬영을 말렸다 한다. 현장을 직접 찾은 경기도교육감도 탄식을 금치 못했다. 전 학년 60명의 중리초등학교 학생들은 현대적 교육시설 기준에서 열외였다. 포천교육지원청은 예산지원을 외면하고, 도교육청에 보고도 하지 않았다. 도교육감은 뒤늦게 탄식했지만, 중리초등학교가 새롭게 리모델링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중리초등학교에 진보교육감들과 야당의 무상급식론을 비추어본다. 무상급식? 좋다. 보편복지 실현 차원이든, 평등교육 실현의 일환이든 할 수만 있으면 얼마든지 해야 할 일이다. 무상급식이 좋으냐 나쁘냐를 가리는 여론조사는 무의미하다. 중요한 것은 무상급식보다 더 중요한 교육현안이 없는지, 그 현안들을 해결하는 데 돈이 충분하고, 그래도 예산이 남아서 무상급식을 하자는 것인지 따져보는 일이다.

만일 중리초등학교 학부모들에게 학교시설개선과 무상급식 중 시급한 일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 그리고 시설개선이 시급한 학교가 중리초등학교 하나뿐일까. 이런데 생각이 미쳐야 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서울과 교육격차가 벌어지는 경기도 학부모들에게는 교육의 질 향상이 우선일 것이다. 또 경기도내 각 시군도 다양한 분야에서 교육격차가 심한 실정이다. 이러한 불평등 해소와 급식의 평등 중 무엇이 우선인지를 물어봐야 한다. 대도시에 중리초등학교와 같은 시설이 있다면 학부모들이 민란을 일으켰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동안 급식의 불평등 때문에 민란의 조짐이 있었다는 얘기는 못 들어봤다. 좁은 소견머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