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19일 김순택(61)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장(부회장)을 그룹의 새 컨트롤 타워를 이끌 책임자로 내정하는 등 그룹 조직의 복원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이인용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이날 오후 긴급브리핑을 통해 "이건희 회장이 중국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뒤 그룹조직의 복원을 지시했다"면서 "그룹 조직의 구체적인 형태와 인선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회장이 "21세기의 변화가 예상보다 더 빠르고 심하다. 삼성이 지난 10년간 21세기의 변화에 대비해 왔지만 곧 닥쳐올 변화를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며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그룹 전체의 힘을 모으고 사람도 바꿔야 한다"며 이같이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그룹의 컨트롤 타워 복원 책임자로 김순택 부회장을 임명했다.
김 부회장은 그동안 삼성SDI의 CEO로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유기발광 다이오드와 2차 전지 등 신사업을 핵심 사업으로 키워 왔으며, 올해 초부터 삼성전자의 신사업 추진단장으로서 그룹의 미래 사업을 준비해 왔다.
삼성은 신설되는 그룹 조직은 그룹 차원에서 21세기의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하고 미래 신사업을 육성하는 한편, 그룹 경영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데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새로 복원될 그룹 조직의 이름은 아직 결정하지 못했으며, 가능한 한 빠른 시일 안에 구체적인 조직을 갖추고 인선까지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삼성 주변에서는 내달 중순으로 예정된 사장단 인사 때 옛 전략기획실 형태의 그룹 통할 조직이 출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김용철 변호사의 비자금 폭로와 이에 따른 삼성 특검 수사로 2008년 7월 공식 해체됐던 전략기획실 형태의 삼성그룹 컨트롤 타워가 2년4개월만에 다시 가동되게 됐다.
특히 지난 3월 경영에 복귀한 이 회장을 정점으로 하고 전략기획실과 각 계열사 사장들이 떠받치는 삼성그룹 특유의 '삼각편대' 경영이 완전히 부활하게 됐다.
삼성은 전략기획실을 해체한 뒤 전략기획실 기능을 사장단협의회 산하의 업무지원실, 법무팀, 커뮤니케이션팀과 3개 위원회(인사·브랜드관리·투자조정)에서 행사토록 해 왔다.
또 인사위원회를 비롯한 3개의 위원회는 집단협의체 형태로 운영됐고, 각 계열사는 외형상의 독립경영을 해왔다.
그러나 전략기획실 해체 이후에 그룹 차원의 컨트롤 타워가 사라지면서 체계적이고 신속한 경영이 어렵다는 지적이 내부에서 나왔다.
일각에서는 이번에 새로 만들어지는 컨트롤 타워가 이 회장을 보좌하면서 올 연말 인사 때 사장으로 승진할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 체제를 준비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편, 이 회장은 전략기획실장을 맡았던 이학수 삼성전자 상임고문을 삼성물산 건설 부문 고문으로 옮기도록 하고, 전략기획실 차장이던 김인주 삼성전자 상담역을 삼성카드 고문으로 발령했다.
이인용 팀장은 이에 대해 "이학수 고문은 과거 전략기획실에 대한 문책의 성격이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과거 전략기획실을 책임져온 이학수 고문과 김인주 상담역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사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