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국민을 위한 위기대처 매뉴얼이 존재하기는 하는 것인가. 위기 매뉴얼에 의하면 국민들은 전쟁시나 위기시 어떻게 해야 하는가. 58년만에 연평도에서 충격적인 포격전이 발생했다. 그러나 연평도 교전사태는 과연 주민들을 위한 안전대책은 무엇인가를 묻고 있다. 군의 작전이나 비상시를 대비한 공무원용 위기매뉴얼은 있어도 국민을 위한 위기매뉴얼은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쟁과 다름없는 상황이 일어난 연평도. 대낮에 수백발의 포탄이 오갔다. 군은 물론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 불타는 연평도가 TV와 언론의 뉴스속보를 통해 중계되었다. 아비규환의 연평도.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의 동포애에 희망을 걸었던 국민들에게 분노와 배신감을 깊게 했다. 58년만에 자행된 북한의 만행. 그러나 섬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위기대처 전략에는 많은 허점이 있었다.

포탄이 오가는 순간에 인천에서 떠난 배가 여객을 하선시키기 위해 부두에 들어섰다. 자칫 큰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시간차가 있었다고 하지만 여객선과는 연락이 되지 않는 것일까. 아우성치는 섬 주민들을 뒤로 하고 뱃머리를 돌렸다가 회항하여 일부 주민들을 태웠다는 여객선. 고립된 주민들이 어선을 타고 한밤에 탈출을 감행하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공포에 떠는 주민들을 위한 구호선은 뒤늦게 출항했다.

충격과 추위만이 가득한 대피소. 매달 민방위 훈련을 했지만 비상전력도 없고, 전화도 불통이고, 먹을 것도 없었다고 한다. 북한과 정면으로 대치하고 있는 서해 5도의 위기관리 시설이 그 정도였다. 문제는 북한과의 접경지역인 민통선 지역도 연평도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연평도 포격전을 계기로 서해 5도의 대피시설을 재점검해야 한다. 또한 위기발생시 안전지역으로의 탈출 방법을 수립하고, 주민들이 이를 숙지하도록 해야 한다.

얼마 전 원인불명의 GPS불통이라는 혼란을 경험한 서해 5도 지역이다. 첨단장비에만 기댄 위기관리 방안이 치명적인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였다. 첨단이 마비된 경우에 대비한 위기대처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문제는 또 다른 도발이 재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서해 5도의 미흡한 위기대처 전략을 신속히 보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