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계의 금융부채가 환란이후 186조원이 증가, 자산을 매각해 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금융부문의 안정성을 나타내는 총량지표중 가계부채가 가장 불안한 것으로 지적됐다.

한국은행이 19일 개최한 금융안정세미나에서 백웅기 상명대 교수(경제통상학부)는 지난 6월말 현재 가계의 금융부채(은행.비은행 차입과 신용카드대출 포함) 규모는 397조5천억원으로 외환위기가 시작된 97년말(211조2천억원)에 비해 88.2%(186조3천억원) 증가했다고 밝혔다.

백 교수는 가계의 금융부채는 98년 27조6천억원이 감소했으나 99년 30조4천억원, 2000년 52조9천억원, 2001년 74조8천억원이 각각 증가하는 등 갈수록 증가폭이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때문에 개인의 금융부채 상환능력을 나타내는 금융자산/금융부채 비율은 올해 2.4분기 현재 2.2배로 외환위기 이전인 지난 96년 수준(2.4배)보다 낮아져 금융자산보다 금융부채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비율은 프랑스(5.5배), 미국(4.2배), 일본(3.7배)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으로 가계부문이 금융자산을 매각해 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떨어지고 있다고 백 교수는 우려했다.

백 교수는 가계신용의 공급채널이 은행 가계대출이나 신용카드 관련대출에만 집중될 경우 금리가 상승하고 차입자의 상환능력이 저하되면 부실채권이 발생, 금융기관 자산의 질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금융안정과 관계있는 가계부채, 기업경영, 은행경영, 예금보험금 지급액, 자산가격, 국가신용등급 등 6개 총량지표중 가계부채를 제외한 나머지 지표는 외환위기 이후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 교수는 최근 기업과 은행경영실적이 개선 추세여서 이들 부문이 금융불안의 원인이 될 가능성은 적으며, 전국의 평균 땅값도 87년부터 92년까지 150% 정도 상승한 이후 완만한 하락추세여서 일본처럼 지가하락에 따른 버블붕괴 가능성도 낮다고 지적했다.

그는 은행위기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낮을수록, 국가가 부패할수록 발생가능성이 높고 금융자유화에 따른 도덕적 해이도 은행위기 발생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