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남자와 결혼 준비를 하고 있는 캄보디아 씨엠립에 거주하고 있는 한 여성이 자신의 결혼관을 설명하고 있다. 그녀는 프놈펜 인근에서 어렵게 살고 있는 가족에게 경제적 도움을 주기 위해 한국 남성과 결혼하고 싶다고 밝혔다.

[경인일보=김대현·조영상기자]지난 10월16일 낮 캄보디아 씨엠립 외곽의 한 골프장에서 리따(22)양을 만났다. 이 골프장의 경기보조원(일명 캐디)으로 일하는 리따양은 5년전 한국으로 시집갔다가 매일 되풀이되는 남편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지난해 씨엠립으로 도망치다시피 돌아온 사연을 털어놓았다.

리따양은 한국으로 시집갈 당시 17세 미성년자였다. 캄보디아에서는 법적으로 18세 이하의 미성년자에 한해 국제 결혼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캄보디아 역시 베트남과 마찬가지로 알선업체가 개입해 '급행료'만 주면 호적등본과 ID카드를 손쉽게 위조할 수 있어서, 당시 결혼증명서까지 발급받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결혼을 했다가 돌아온 리따양의 사정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씨엠립 한인식당에서 일하는 잔타(21)양은 2년전 한국 남성과 결혼한후 결혼증명서를 발급받지 못해 한국으로 가지 못한 채 하염없이 남편만 기다리는 신세다.

잔타양의 남편은 2년전 첫날밤을 치른 후 알선업체에 결혼수속 수수료와 급행료를 모두 지급하고 한국으로 돌아갔다. 일정대로 라면 잔타양은 결혼후 두달뒤 남편을 따라 한국으로 가야했다. 그러나 잔타양이 결혼한 직후부터 캄보디아 정부는 국제결혼을 전면 금지시켰다. 당시 캄보디아 여성들이 국제결혼이후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는 외신보도가 집중됐기 때문이다.

6개월여간 국제결혼을 중지시켰던 캄보디아 정부는 해제조건으로 결혼증명서 발급절차를 강화했다. 내무부 산하에 '장례 및 결혼준비위원회'를 설치한후, 국제결혼에 따른 인터뷰와 서류심사 등의 절차를 신설한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정책을 변경하면서 이미 결혼하고 한국행을 기다리고 있던 잔타양 등 1천여명의 현지 여성들은 구제해주지 않았다. 오히려 중지 기간에 결혼신청을 했던 여성들은 재접수조차 하지 못하게 해, 잔타양처럼 결혼식과 첫날밤만 치른 캄보디아 여성들은 지금도 한국으로 가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캄보디아 정부의 국제결혼 서류심사 강화 이후에도 이어졌다. 절차가 까다로워지면서 '급행료'만 더욱 높인 결과를 초래했다. 장례 및 결혼준비위원회에서 신원확인과 인터뷰 등의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며 5천달러(600만원 가량) 가량의 추가 '수수료'가 붙은 것이다. 아무리 신원이 확실하다해도 수수료가 없으면 서류발급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캄보디아 현지 한국인이 운영하는 결혼알선업체 연합회인 '한캄결혼연합회'에 소속된 알선업체는 2년전 40여개에서 현재 10여개로 줄었다. 캄보디아 정부와 긴밀한 관계 없이는 국제결혼을 성사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한국 남성과 캄보디아 여성의 국제결혼 성사횟수는 2년전보다 오히려 늘고 있는 추세다.

캄보디아 현지 국제결혼 알선책인 한국인 허모(40)씨는 "국제결혼법이 강화되면서 캄보디아에서는 정부의 유력인사를 통하지 않으면 국제결혼을 성사시킬 수 없게 됐다"며 "결국 국제결혼을 강화시킨 것이 아니고 수수료를 더욱 챙기기 위한 정부 관계자들의 장난질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